◎구정치청산 불똥 사전차단 모종 결심한듯/현철씨 처리 뒷거래설 불식의도도 담겨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김영삼 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문제를 또다시 제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총재가 지난달 31일 영수회담에서 경제살리기에 초당적인 협조 등을 강조하며 그동안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김총재는 6일 미국 뉴욕시 재미교포초청 환영회에서 『지난 대선에서 (김대통령에게) 1조원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총재는 그동안 『한보 정태수 총회장이 김대통령에게 600억원의 대선자금을 주었다는 의혹이 있다』고 언급한적은 있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며 대선자금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총재는 그동안 대선자금을 파헤치다보면 불똥이 잘못 튈 경우, 자신도 김대통령과 같은 「구정치」인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 대선가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고 이 문제를 자제해왔다는 관측이 있었다. 당의 고위 간부들도 『한보사건과 김현철씨 문제로 궁지에 몰린 김대통령을 대선자금으로 몰아붙이면 하야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김총재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
그런데도 김총재가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한 것은 국내에서 김대통령의 사조직인 나라사랑운동본부의 대선자금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자 선제공격을 취한 것으로 보여진다. 대선자금문제를 거론함으로써 자신으로 튀어올 불똥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전략인 셈이다. 김총재는 환영회 직전에 서울로부터 나사본 관계자의 대선자금 폭로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김총재는 또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한보사건과 김현철씨 처리문제에 대한 「뒷거래설」을 이번 기회에 함께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총재는 뒷거래설에 대해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껴온 것이 사실이다.
김총재는 대선자금문제 언급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선자금 1조원은 평소 얘기해온 것일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총재가 환영회에서 『외국에서 국내 정치를 얘기하면 밖에 나가 괜한 얘기를 한다고 비난한다』고 말하면서도 대선자금을 거론한 것은 모종의 결심을 한 것으로 보여져 귀국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뉴욕=권혁범 기자>뉴욕=권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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