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사 상대 잇단 소송『브랜드 이름을 돌려달라』
우리나라에 진출하지 않은 해외 브랜드 이름을 국내업체가 미리 상표 출원해 놓았다면 어느 쪽이 상표에 대한 우선권을 가질까. 원칙적으로는 먼저 상표출원한 쪽이 기득권을 갖지만, 만약 그것이 해외에 널리 알려진 브랜드라면 얘기가 다르다. 꼼짝없이 상표를 돌려줘야할 뿐 아니라 「부정한 목표나 불순한 동기로 일부러 출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지난달말 서울에 1호점을 선보인 세계적인 화장품·목욕용품 브랜드 「보디숍」은 한국 진출을 타진하던중 우리나라의 한 제조업체가 약제·살균제 브랜드로 유사상표인 「○○보디숍」을 특허청에 이미 출원해놓은 사실을 알게 됐다.
「보디숍」은 70년대초 영국의 환경운동가 애니타 로릭이 설립해 세계 46개국에 1,400여개 제휴사를 갖고 있는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 영국의 본사인 「더 보디숍 인터내셔날」사는 문제의 한국업체를 상대로 상표 무효심판을 청구해 승소, 브랜드이름을 되찾았다. 해외에서 워낙 유명한 브랜드명이기 때문에 한국 특허청에 상표출원을 하지 않아도, 기득권을 인정해준다는 뜻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한국 진출계획을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미국의 「월마트(WALMART)」도 95년 한국시장 조사를 벌이다가 비슷한 경우에 처했다. 우리나라의 중소업체 K엔터프라이즈가 생필품상표로 「월마트」를 이미 등록해놓았던 것. 이 업체는 「월마트」상표를 붙인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94년 한 재미교포가 신청했던 「월마트(WALLMART)」상표출원을 무효화시키는 등 국내에서는 어엿한 브랜드 사용권자였다.
미국의 월마트 측은 이 회사측에 상당한 액수를 제공하며 『상표권을 양도하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월마트는 김대표를 상대로 상표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했는데, 「월마트」가 세계적인 유통브랜드라서 승소할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 특허청의 설명이다.
지난해 3월 개정된 상표심사기준도 외국의 유명한 상표와 비슷한 상표는 등록을 허가하지 않도록 강화됐고, 상표법도 부정한 목적의 상표출원에 대해서는 사후에라도 권리를 박탈하는 쪽으로 개정을 앞두고 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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