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관광호텔의 부담금 감면, 골프장내 숙박시설 허용, 외국대학 국내분교 유치 등을 골자로 한 「여행관련산업 경쟁력제고 대책」을 마련했다. 여행수지 적자가 올 1, 2월만 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나 급증, 6억1,000만달러에 이른 절박한 상황이 정부를 몰아세운 것 같다. 지난 해도 26억2,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었다.「비싸고 더럽고 볼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현주소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각종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관광업계는 옴치고 뛸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래도 90년까지는 여행수지가 흑자기조를 유지, 효자산업으로 각광을 받았었다. 그러나 해외여행 자유화 및 해외유학 바람과 함께 구태의연한 관광산업으로 적자폭이 계속 늘어 경상수지 적자의 11%를 차지하는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당장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몇년 후다. 그래도 정부가 관광산업이 사치산업이란 인식을 버리고 규제중심의 정책을 버리기 시작한 것은 의미가 크다. 즉 관광산업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유학이나 해외여행 억제로 여행수지를 개선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까지의 규제중심의 관광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 이를 말해 준다. 이러한 점에서 관광산업 진흥정책은 규제보다는 이를 풀어 관광업계의 운신의 폭을 넓게 해주어 외국관광객 유치를 자극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관광정책의 중심이 모아져야 한다. 서울의 하루 체재비는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비싸다. 그나마 객실이 부족하고 몇몇 특급호텔을 제외하면 위생상태가 엉망이다. 교통질서는 세계 최악이고 볼거리는 「항상 그게 그것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광자원 개발을 소홀히 해 조상이 남긴 유산만 우려먹는 「곰탕후손」이란 비아냥에도 할 말이 없다.
하루 빨리 내실을 다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관광자원 개발과 함께 호텔비 등을 인하해야 한다. 제주도여행보다 해외여행이 싸게 먹히는 상황에선 내국인의 해외여행 억제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없다. 조기유학 바람도 우리의 교육이 충실했더라면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경쟁력제고 대책 마련에 만족지 말고 실질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책을 계속 마련해야 한다. 외국인을 많이 유치하는 여행사에 혜택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업계도 정부의 조치만을 기다리기에 앞서 관광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 이를 싼값으로 제공하려는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이러할 때 국민들의 관광산업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국내관광의 열기도 되살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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