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심리에 원인기업부도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경기가 활황을 보일수록 부도업체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반대로 침체국면에 빠졌을때는 기업부도도 함께 줄어드는 것이 그동안의 추세였으나 최근에는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는데도 부도율은 오히려 급증하는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80년대 3저호황에 못지않은 호경기를 누렸던 94∼95년까지만 해도 이같은 「법칙」은 그대로 재현됐다. 94년, 95년 2년동안의 전체 부도업체는 1만1,255개와 1만3,992개로 전년보다 무려 18.4%, 24.3%가 늘어났고 어음부도율도 0.16∼0.17%대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급격히 침체국면에 빠져들기 시작한 지난해의 경우에는 부도업체가 1만1,589개로 17.2% 감소, 경기와 부도가 정비례 관계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호황일 경우에는 부문별 경기양극화로 대량부도사태가 불가피했고, 불황일때는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수요의 감소로 부도사태가 진정됐다는 것이 그동안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사이클은 지난해 3·4분기이후 경기침체가 계속되는데도 불구, 기업부도도 함께 급속히 증가하면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우성그룹 부도이후 다소 진정기미를 보였던 기업부도는 올들어 한보 삼미그룹의 잇단 도산의 여파로 지난 1월에는 전국어음부도율이 0.21%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연평균 어음부도율이 0.14%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한보계열사의 추가부도와 삼미 부도가 겹친 3월에는 부도율이 더욱 높아져 82년 이·장사건 당시의 0.29%까지 육박하리란 전망이다.
대기업의 부도가 빈번한 것도 최근 부도사태의 특이할만한 점이다. 94년, 95년 2년동안 5건에 그쳤던 대기업부도는 지난해 우성 건영 등 7건으로 늘어났으며 올들어 1월 한달동안 한보계열사를 비롯, 3건의 대기업이 부도났다.
LG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기 침체기인데도 부도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대기업부도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때문』이라며 『은행과 기업간 신용불신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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