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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단독입수 한보 수사기록: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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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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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대통령 만들라고 정치자금 줬겠나”/“박태영 의원 자료요구 권 의원 통해 무마” 진술/“작년 국감때 야 의원 4명 무마해달라 1억 전달”/“이철수씨 ‘한보가 유원 인수’ 타당의견 올려라”▷박석태 제일은행 상무◁

―한보 부도당시 채권은행단의 대책회의를 한 사실이 있나요.

『97년 1월8일부터 23일까지 조선호텔 등에서 6차례 채권금융기관장 대책회의가 열렸습니다』

―94년 12월13일자의 한보 신용조사는 어떤 내용이었나요.

『자기자본이 2,820억원인데 부채는 무려 1조5,051억원에 달했습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데 점차 심화하고 있고 97년까지 계속 확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90년대 말까지 적자운영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출이 이뤄졌나요.

『지급보증(대출)결의서 등에는 신용조사서가 반드시 첨부되는데 서류는 상임이사―전무―행장의 결재가 이뤄져야 합니다. 결재는 상임이사회 석상에서 하게되는데 한보그룹 대출서류는 한번도 반려된 적이 없습니다』

―한보의 유원건설인수 조건은.

『유원건설의 기존여신 4,154억원을 떠안는 대신 95년 4월18일부터 2,500억원의 운영자금을 신규대출(10년거치, 10년상환)해 주는 조건이었습니다. 제일은행이 83%인 2,098억원, 나머지 은행들이 차액을 대출해 주었습니다.

―한보건설이 유원을 인수할 당시 재무상태는 어땠나요.

『당시 당기순손실이 233억원으로 (주)한보는 자본금 잠식상태였고 재무안정성 열악 평가가 나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수기업으로 결정됐지요.

『이철수 행장은 한보철강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였습니다. 조직생리상 상무인 내가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유원건설 인수경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시오.

『95년 4월18일 유원이 부도가 났는데 5월초 대성산업·벽산·신호제지에서 인수제의가 왔습니다. 결국 대성산업 인수쪽으로 거의 이야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95년 5월 하순께 이철수 행장이 부르기에 행장실로 갔더니 한보측에서는 대성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제일은행 제시조건을 대부분 받아들이겠다고 한다니 한보 인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정총회장이 자금이 급한 한보철강에 사용하기 위해 유원인수조건을 유리하게 내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요.

『경영이 어려운 한보건설에서 자금을 사용해야 하는데 한보철강 시설자금이 아닌 운영자금 대출조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면 용도외 유용이 되기 때문에 대출금을 회수토록 돼있습니다』

―한보의 대출경위는.

『이철수 행장으로부터 사전에 승인타당의견으로 올리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심사서류에는 신용조사서 평가는 한마디도 없이 원할한 생산활동 지원차원에서 지원타당하다는 의견으로 올라갔고 나는 물론 모든 이사들이 동의했습니다. 불안했지만 한보철강 당진제철소가 준공되면 대출상환 가능하다 생각했고 행장취향을 거역할 수 없어 대출승인 「가」를 했습니다』

(2월14일―진술조서)

―한보측에 국민회의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를 알린 경위는.

『95년 4월18일 부도난 유원건설을 한보가 인수했는데 자료제출요구는 한보나 제일은행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직접 의원들을 찾아간 사실이 있나요.

『95년 7월 중순 자료제출을 요구받은 즉시 박태영 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선처를 부탁했고 같은해 10월 정기국회때도 선처를 부탁했습니다』

―자료를 실제로 제출했나요.

『자료를 제출한 기억은 없습니다. 제가 저희은행의 어려운 사정을 말하고 부탁했더니 박의원이 「알았다」고 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보에 연락한 이유는.

『한보대출과 관련해 질의를 하거나 문제를 삼는다는 소문이 있어 한보에서 알아서 조치를 하라는 뜻으로 연락했습니다』

―박의원에게는 혼자 갔나요.

『박의원과 대학동창으로 친분이 있는 강낙원 자금부부장이 가서 선처를 부탁했습니다』

―96년에도 자료를 요구한 야당의원들을 찾아갔나요.

『예. 정세균 의원에게는 혼자갔고 김원길 의원에게는 강낙원 부장이 갔습니다. 제가 정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부탁했던 것은 한보관련뿐만 아니었습니다. 당시 제일은행과 거래하다 부도난 효산과 우성건설의 문제가 컸기 때문에 이들 회사에 대한 것과 함께 선처를 부탁했습니다』

―의원들은 무엇이라고 말하던가요.

『정의원은 국회에서 거론해 문제를 삼아야 겠다고 했고 김의원은 알았다고 했습니다』

▷정재철 의원◁

(2월11일―1회 조서, 김진태 검사)

―김시형 산은총재에게 정총회장을 소개해 준 적이 있지요.

『95년 3, 4월경 정태수가 전화를 걸어와 김총재를 소개해 달라고 해 전화해 하얏트호텔에서 3명이 만난 적이 있습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였나요.

『저녁 때라 식사를 하면서 제가 한보철강이 당진에 제철소를 건설하는데 이것은 국가의 기간산업이므로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 했고 정총회장도 같은 취지로 이야기 했습니다』

(2월16일·17일―2회 조서, 김준호 검사)

―권노갑 의원을 정태수에게 처음 소개시켜 준 것은 언제인가요.

『93년 2∼3월 경으로 기억합니다. 정태수의 요청으로 하얏트호텔 객실에서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새정부 출범 무렵이기 때문에 분명히 기억합니다』

―96년 3월 권의원을 정태수와 만나게 해준 적이 있지요.

『예』

―시기를 어떻게 기억하지요.

『15대 선거직전이었기에 기억합니다』

―경위를 설명하시오.

『95년 10월 정기국회때 박태영의원이 한보에 대해 국회질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권의원을 통해 무마했고, 정태수는 그 일로 기분이 좋아서 기회가 되면 권의원을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연락해 두사람을 만나게 해 준 것입니다』

―정태수 총회장에게 돈을 받은 경위를 말하시오.

『96년 3월 정태수가 현금 5,000만원을 주었습니다. 정태수와는 20년 넘는 친구로 어려울 때 서로 상의하는 등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선거운동으로 고생한다고 주었습니다』

―또 돈을 받은 적은 없나요.

『95년 10월 정기국회 국감무렵 박태영 의원이 한보와 관련된 여신 및 담보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는데 권의원에게 부탁해 달라는 명목으로 정태수에게서 1억원을 받았습니다』

―어디서 받았나요.

『하얏트호텔 19층 정태수 전용객실에서 입니다』

―그 돈을 권의원에게 전달했나요.

『전해주지 않고 모두 써버렸습니다. 처음에는 권의원에게 전해 주려고 며칠 보관했는데 당시 권의원이 국회 나오지 않는 날이 많아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역구인 속초·고성의 선거구가 확대되면서 지역구 조직관리에 자금이 급해 써버렸습니다』

―96년 10월 정기국회 국정감사 무렵 정한용 이상수 김민석 정세균 의원 공동으로 한보그룹 대출 등과 관련한 자료요청건에 대해 무마해 달라며 권의원에게 전해주라며 1억원을 받아 전해 준 사실이 있지요.

『예. 당시 국감준비로 한창 바쁜데 정태수에게서 전화가 와 플라자호텔 19층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나갔더니 현금 1억원이 든 골프가방을 주기에 저녁 9시부터 10시사이에 강남구 논현동 저의 집 앞길에서 권의원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2월18일―3회 조서)

―전회에 진술한 바와 같이 95년 10월 국정감사 무렵 정태수에게 1억원이 든 골프가방을 받은 적이 있지요.

『예』

―96년 10월 플라자호텔에서 정태수를 만날 때 권의원이 정태수를 만나지 않겠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96년 3월 하얏트호텔 정태수 전용객실에서 저와 권의원이 함께 만나던 날 권의원이 정태수로부터 돈가방을 받아 나오다가 호텔 종업원을 만나자 경찰인줄 알고 질겁을 하고 가방을 두고 나왔다가 밖에서 다시 정태수를 만나 가방을 전달받은 사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1억원을 받은 시기가 96년 10월인 것을 어떻게 기억하지요.

『국감이 진행중이어서 상당히 바쁠 때였습니다. 또 그날 집으로 돈을 가져와서 응접실 다락 벽장에 넣어 두고는 불안해서 밤잠을 설치고 다음날 낮 권의원에게 정태수의 부탁을 전하고 그날 저녁 전해준 것입니다』

―정치자금으로 준 것입니까.

『개인적인 친분은 있지만 같은 당도 아닌 제1야당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줄 이유는 없습니다. 권의원이 경북지부장과 안동지구당위원장으로 활동한다는 소식을 듣고 작년에 국회에서 만났을 때 경위를 물으니 지나가며 귓속말로 「대선때문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김대중 총재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3월4일―4회 조서)

―96년 10월 권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경위를 말하시오.

『정태수에게서 받은 가방에 1억원이나 되는 현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가족이 알면 안된다는 생각에 작은 자물쇠를 한개 찾아 벽장에 넣어 보관했습니다. 그 다음날 하얏트호텔 1층로비에서 정태수에게 받아 적어온 국민회의 소속의원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보며 이름을 알려주면서 「정총회장이 걱정한다. 어떻게 봐주어야 될 것 아니냐」라고 말했습니다. 권의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알았습니다. 형님을 봐서 알아서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권의원에게 정태수 회장에게 받은 것이 있는데 전해 주겠으니 같이 집으로 가자고 하니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손가락 1개를 펴보이며 1억원이라고 이야기했더니 비서관을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정말로 믿는 비서관이니 괜찮다고 해 영동호텔 입구에서 비서관을 만나 집으로 데려와 돈가방을 전달했습니다』

―기억이 확실한가요.

『다른 사람이 볼까봐 급히 가방만 주고 열쇠를 전해 주는 것을 잊어 2, 3일후 국감기간중 열쇠를 권의원에게 전달했습니다』

▷권노갑 의원◁

(2월12, 17, 18일―김준호 검사, 13일―안종택 검사)

―정태수에게 돈을 받은 경위를 말하시요.

『93년 2월말∼3월초 하얏트호텔 정태수 전용객실에서 007가방에 든 5,000만원을 받았고, 같은해 12월 같은 호텔에서 5,000만원을, 94년이나 95년 추석무렵 국립극장 마당에서 현금 5,000만원을 받았습니다』

―정재철 의원을 통한 것은.

『96년 12월6일이나 7일경 저녁 10시 문성민비서를 보내 1억원을 받았습니다』

―비서를 시켜 돈을 받은 이유는.

『당시 국회개회중이어서 매우 바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정확히 기억을 하나요.

『96년 12월14일 경북 지구당위원회 결성식을 포항에서 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태수를 만났을 때 한보의 문제점을 국회에서 거론하는데 관해 대화를 나눈 사실이 한번도 없나요.

『저에게는 한보의 문제점을 말한 적이 없습니다. 건강이야기, 아들이야기, 학교운영 등에 대한 이야기 등이 주종이었습니다. 유전개발에 착수했다며 오히려 기업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돈을 받은 경위는.

『처음에는 정태수가 수서사건으로 제가 억울하게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것이 죄송하다고 했고 당시 제가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사실을 알고 꼭 당선되라고 하며 선거비용으로 사용하라고 돈을 주었습니다. 또 나머지 돈은 모두 조건없이 받은 것입니다』

―피의자는 91년 수서사건으로 검찰에서 조사받은 이후 정태수에 대해 원망한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태수가 수서사건이 종결된지 2년이 지난후에 새삼스레 피의자에게 돈을 주었단 말인가요.

『수서사건으로 미안했고 최고위원에도 당선되라고 준 것입니다』

―정재철 진술에 따르면 95년 정기국회때 박태영 의원이 한보질의를 하려는 것을 무마했다는데.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95년, 96년 국감때 한보대출관련 질의를 위한 자료요청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나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국회 국방정보위원회 소속으로서 소속위 일에 총력을 기울였을 뿐입니다』

―소속정당이 다른 정재철 의원이 지구당 일을 도와 주려고 1억원을 주려했단 말인가요.

『예. 정재철 의원과는 당을 떠나서 친분이 있는 사이로서 개인적으로 저를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주었을 것입니다』

―정태수는 피의자를 통해 질의무마가 됐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같은 헌법기관의 한사람으로서 저는 재경위 소속의원들에게 그런 부탁을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할말이 있나요.

『저는 천성이 아무리 어려워도 깨끗하게 살아왔고 남을 도와주는 일을 즐거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이번 한보사태로 이름이 오르내려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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