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꾼에 이익금·무담보 대출 등 드러나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야촌)증권의 불법주식거래 사건을 둘러싸고 일본 금융계의 부패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형 도시은행인 다이이치간교(제일권업)은행은 89년 노무라증권으로부터 이익금을 받은 당사자인 「총회꾼」 고이케 류이치(소지륭일)의 친척회사에 약 31억엔을 무담보 상태에서 대출했다고 요미우리(독매)신문이 5일 보도했다. 고이케는 이 자금으로 노무라증권을 포함한 4대 증권사 주식을 구입, 주주제안권을 확보했다. 이 은행은 융자에 대한 담보를 나중에 설정함으로써 융자시점에서는 무담보 상태에서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조일)신문도 노무라증권이 고이케씨 이외에도 우익 총회꾼들에게 정기적으로 이익금을 제공해 왔다고 5일 보도했다. 이같은 거래양상은 그동안 업계의 관행이었기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유사사례가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표면적으로 은행 혹은 기업과 총회꾼과의 뿌리깊은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면 이번 사건은 일본 금융제도의 붕괴과정에서 나타난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관의 철저한 보호와 지도아래 소위 「호송선단 방식」으로 성장해 온 일본 금융계는 경제의 거품이 없어진 이후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관의 시대착오적인 규제와 지도는 다른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일본 금융계의 후퇴를 가져왔으며, 관의 정책 잘못으로 막대한 불량채권에 시달리는 금융기관도 허다해졌다.
전후 일본의 부흥을 이끌어 온 금융계가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때문에 오히려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후 일본 사회는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총리가 목청을 돋구어 주창하고 있는 금융개혁인 「일본판 빅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듯하다.<도쿄=김철훈 특파원>도쿄=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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