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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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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일주전 보고 경제수석 대안없이 우려만”▷정태수씨 해외출장◁

▲목인규 비서실의전팀부장 진술(목부장은 정총회장의 행사예약, 일정관리, 손님응대, 결제사항예약 등의 업무를 담당)

-90년이후 정태수 총회장의 해외출장은 거의 30회정도이다. 출장 목적은 업무·요양 등이었다. 통상 한번 출장할 때 5∼6명의 수행원을 대동했으며, 일이 많거나 중요한 때는 거의 20명의 수행원을 대동했다. 정총회장은 해외출장시 만나는 인사들에게 빠짐없이 선물을 했다. 중요인사에는 수천만원대 고가 선물을 했다. 항공요금과 숙박비, 식사비 등 공식비용 외에 선물 등 부대비용은 정총회장이 개인자금으로 지출했다. 출장시 가족 친지 친구들을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90∼93년 해외출장기록은 문서관리규정에 따라 소각했다. 따라서 정확한 출장비용은 알 수 없다. 94년이후 해외출장경비는 약 30억원정도 될 것이다. 정총회장 개인이 내놓은 비용이기 때문에 증빙이나 회계장부는 없다. 정총회장이 영수증을 보고 확인한 뒤 폐기했다. 정총회장은 회사에 비용처리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주요 출장비용은 선물값이다. 요르단 후세인국왕, 베네수엘라 칼데라대통령, 러시아 주요인사들, 중국 보산철강 회장 등에 2,000만∼3,000만원대의 수예 민속병풍 등을 선사했다.

정총회장은 한번 출장시 20∼30명의 주요인사들을 접견했다. 정총회장은 이들에게 순금 거북선, 순금 거북, 순금 당진제철소 조감도, 지구본 등 고가 선물을 했다. 흔히 하는 선물은 300만∼400만원대의 순은 칠보주전자세트였다. 선물 갯수가 하도 많아 출장때 따로 선물운반인원을 편성한 적도 있다.

▲한보철강, (주)한보 접대비·기밀비 증가

한보철강의 접대비는 94년 7억1,478만원에서 95년 10억2,432만원으로, 기밀비는 94년 7,550만원에서 95년 1억2,492만원으로 급증했다. (주)한보는 접대비가 94년 3억5,693만원에서 95년 6억7,322만원으로 거의 2배로, 기밀비는 7,520만원에서 1억2,771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김시형 산업은행총재◁

(2월6일 진술)

―한보철강에 대출 협조를 부탁한 사람은.

『95년 봄경 신한국당 정재철 의장이 하얏트호텔에 저녁초청을 했습니다. 객실을 방문했더니 정태수 총회장이 와있었는데 한보철강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습니다. 저는 시설자금은 기성고에 따라 대출되며 철강사업은 기간사업으로 규정에 따라 지원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96년 봄으로 기억됩니다만 증권거래소 홍인기 이사장 초청오찬으로 조선호텔 양식부에 갔는데 증권거래소 고문 조승만씨가 동석해 한보지원이 돼야함을 강조했습니다. 그후 정태수 총회장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2월16일 1회 진술)

―한보가 3,000억원 시설자금을 요청한 경위는.

『정태수 총회장이 96년부터 빈번히 시설자금을 요청해왔습니다. 저희은행 확인결과 기성고가 진척되지 않아 시설자금을 대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급보증으로 변칙 대체했습니다. 이러한 여건변화없이 다시 시설자금 3,000억원을 매월 1,000억원씩 지원해 달라고 해 거절했습니다. 97년 1월4일 정총회장이 저를 찾아와 처음 말을 꺼냈습니다』

―한보 대출문제를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있나요.

『97년 1월18일 한보철강(주) 현황보고서를 경제수석실 요청에 따라 보고했습니다』

―구체적인 경위를 말하시오.

『한보의 자금경색이 청와대에도 알려졌는지 1월16일께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한보자금 상황 및 사후대책」을 종합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18일 직접 이석채 경제수석을 찾아가 보고했습니다. 내용은 한보가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하고 만성적인 금융차입요청과 금융비용과다에 따른 장기수지 적자가 예상되므로 정상경영이 곤란하고, 산은 시설자금 원리금 상환기일이 도래했는데도 96년 12월16일 130억원 연체, 12월27일 L/C 대금 22억원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계속적으로 자금지원을 할 경우 관계금융기관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내용 등이 검토되었습니다. 또 일시적 자금지원보다는 근본적 종합대책이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경제수석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저는 강력하게 추가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제수석실은 부도를 우려했습니다. 결국 별다른 대안은 강구하지 않고 주거래 은행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라고 당부했습니다』

―그후 어떻게 됐나요.

『97년 1월20일 정보근 회장과 김종국 재정본부장이 집무실로 찾아와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한보대출에 관해 부탁한 사람은 없나요.

『부임전 사업승인 및 외자대출승인이 나있어 저는 집행만 했고, 구태여 관계나 정계의 인사를 동원할 필요성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신광식 제일은행장◁

―96년 7월께 하얏트 호텔에서 정태수 총회장을 만나 한보철강 시설자금을 지원해 준데 감사하며 앞으로도 지원을 바란다는 부탁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예』

―그날 밤 정총회장에게 집앞에서 2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예』

―정총회장이 뭐라고 하면서 돈을 주던가요.

『은행장으로 취임했는데 돈도 많이 들 것 같아 용돈을 준비했다며 사과박스를 주었습니다』

―사과박스에는 무엇이 들어있던 가요.

『(박스내용물이)일부가 돈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중 확인해 보니 전부 돈이었습니다』

―그밖에 정총회장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있나요.

『12월초 호텔에서 정총회장을 만났는데 연말도 되니 돈을 가져가라 하기에 이번엔 받지 않겠다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액수는 얼마나 되는지는 모릅니다』

―정총회장에게 받은 4억원은 어떻게 보관했나요.

『집 내실에 보관하다가 가방이나 서류봉투에 넣어 은행으로 가져와 책상서랍에 넣어 두고 사용했습니다. 아내에게는 (사과박스를) 만지지 말라고 했습니다』

―4억원은 어디에다 사용했나요.

『96년 7월20일 둘째딸 혼수 비용으로 7,000만원, 생활비 1,000만원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고 나머지는 은행장 품위유지비 등으로 사용했습니다』

―한보에 대출해 줄때 담보는 충분했나요.

『3,500여억원 정도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정책금융으로 대출되는 것으로 부도전까지 대출신청을 한번도 반려하지 않았습니다』

―대출경위는.

『정총회장이 96년 7월 하순께 정총회장이 4개 은행에 1,000억원씩 지원해달라고 해 한꺼번에 1,000억원 지원할 수는 없지만 나눠 신청하면 도울 수 있다고 말해 주었는데 그 무렵 800억원을 신청해와 대출해 주었습니다』

▷우찬목 조흥은행장◁

―96년 7월 하얏트 호텔에서 정태수 총회장을 만난 사실이 있지요.

『예』

―당시 정총회장은 대출해 준 것을 감사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적이 있지요.

『예』

―정총회장이 선물을 준비했다며 운전기사에게 시켜 과일상자를 실어주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돈이 들어있었조.

『예』

―얼마나 들어있었습니까.

『현금으로 2억원이 들어있었습니다』

―96년 9월에도 하얏트 호텔에서 정태수를 만나 2억원이 든 사과박스를 받은 사실이 있지요.

『예』

―은행장 취임한 이후 한보에 대출해 준 금액은 얼마나 되나요.

『95년 12월부터 97년 1월까지 5차례 모두 2,900억원 가량입니다』

―정총회장에게 돈을 받고 돌려줄 생각은 하지않았습니까.

『많은 금액이어서 돌려줄 생각도 했습니다만 차일피일 미루다 기회를 놓쳤습니다』

-정총회장에게 받은 돈을 어디다 썼나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구입하는데 전액 썼습니다. 장남이 연대의대를 다니다 군의관으로 갔는데 복무중 교통사고로 불구가 됐습니다. 95년 12월 이를 비관해 자살했는데 아내와 식구들이 그 집에 계속 거주하기 싫다고 해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아파트 장만할 돈이 부족하던 차에 정태수가 준 돈에 욕심이 나서 돈을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후회합니다』

▷이철수 제일은행장◁

(2월11일―1회 조서, 김진태 검사)

(2월11일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에는 『본인은 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한보사건과 관련해 정태수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있어 사실대로 진술하려 하니 최대한 선처를 부탁한다』고 돼있다.)

―정태수는 어떻게 알게 됐나요.

『정태수는 전혀 몰랐는데 행장취임 1년후 30대 그룹에 진입해 주거래 은행으로 지정되면서 알게 됐습니다』

―유원건설 인수자로 한보를 선정한 이유는.

『제일은행 제시조건에 가장 근접하게 수락했기 때문입니다』

―돈을 받은 경위와 액수를 진술하시오.

『94년 8월 하순 프라자호텔에서 정총회장에게서 5,000만원, 95년 10월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1억원을 받았습니다』

―무슨 명목으로 돈을 주던가요.

『5,000만원은 미화대출 3억불을 해준 뒤 한달만에 받았으며 1억원은 유원건설을 한보가 인수하기로 선인수계약을 맺은 뒤 받았습니다』

―돈을 어떻게 주던가요.

『1만원권 다발을 세로로 8,000만원어치를 쌓고, 가로로 2,000만원이 넣어진 비닐쇼핑백을 주는 것을 받아서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승용차를 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승용차가 있지만 기사가 있어서 불편하기 때문에 모범택시를 탔습니다』

(2월15일―2회 조서)

―정태수 총회장은 진술인에게 7억원을 주었다고 하는데 1회 진술에서 1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1회 진술은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현재 대출비리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계류돼있어 과다한 형량을 받을까 겁도나고 이번 사건으로 제일은행이 온통 비리의 온상으로 세상에 알려질까봐 줄여 진술한 것입니다』

―한보여신과 관련해 외부에서 청탁한 사람이 있나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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