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 건설 노무비 7,732억 가공처리”/“5조공사·회사운영 하다보면 돈쓸 곳 많아”▷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
(1월30일 조서, 박상길 검사)
―한보철강의 부도이유는 무엇이라고 보고 있습니까.
『그동안 당진에 있는 주력기업인 한보철강 2단계 공장 시설자금으로 수조원의 자금이 동원됐습니다. 이로 인해 금융비용이 크게 늘었는데 철강경기 하락으로 재고가 급증, 공기가 지연됐고 (96년)추석이후에는 자금사정이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또 (96년)12월에는 하루 결제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산업은행에서 3,000억원 자금대출을 해주지 않아 결국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부도 이후 어떻게 지냈나요.
『수습을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기도 하고 플라자 호텔에서 묵은 적도 있으며 지금은 당뇨병 등으로 경희의료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한보그룹 재정본부의 김대성 상무와 예병석 차장의 도주를 지시했나요.
『나는 잘 모르는 일입니다』
―피의자 부재시에 결제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자리를 비울 경우 보근이에게 권한을 위임해 어음을 발행케 했습니다. 그러나 본인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습니다』
―(주)한보에서 동명의와 한보철강명의의 어음을 발행하고 결제도 (주)한보 자금으로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주)한보의 신용이 낫기 때문입니다. (주)한보가 한보철강의 공사를 수주, 한보철강 어음을 발행케 한 뒤 공사대금과 함께 정산했습니다』
―어음발행 당시 한보그룹은 이를 결제할 능력이 있었다고 보았나요.
『96년 12월 산업은행의 시설자금 3,000억원이 대출됐으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은행 영남본부장 손수일은 97년 1월4일 피의자가 3,000억원을 요청했으나 당시 자금을 지원할 상황은 아니었고 실무검토만 하던 단계라고 하던데요.
『산업은행 부산지점에 96년 12월말 기성고에 따른 시설자금 1,000억원과 97년 1월중 대출을 신청했습니다. 이에따라 97년 1, 2, 3월 3,000억원의 자금이 당연히 지원됐어야 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지원되지 않은 것입니다』
―김종국 이명섭은 3,000억원은 1∼2개월 정도 부도시기를 늦추는 임시변통에 불과한데다 자체적으로도 별다른 자금조달능력이 없어 부도는 피할 수 없었다고 하던데요.
『그 사람들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 3,000억원이 있었으면 부도를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주)한보 재정본부장 박수업은 2기공사 강행으로 시설공사비 대부분을 금융권 차입에 의존하게 돼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 이자와 은행으로 돌아오는 어음을 막기 위해 다시 차입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고 하던데요.
『산업은행 자금지원이 이뤄졌으면 공장이 완공됐을 것이고, 그러면 자금사정이 호전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3,000억원이 지원되지 않아 자금압박이 생긴 것입니다』
―국제 철강가격이 96년 톤당 2만4,000원으로 철강경기가 악화하고 (주)한보 차입금도 93, 94년 각 1,000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95년 1,500억, 96년 4,000억원으로 급증해 자금사정을 압박했다고 하는데 맞습니까.
『철강경기가 나빠 자금압박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96년 10월 부도설로 제2금융권 등 채권자들이 차입금 4,000억원중 1,000억원에 대해 한꺼번에 상환을 요청, 협력사로부터 300억원을 차입, 급한 불을 끄고 나머지는 연장해달라고 사정하는가 하면 단기자금을 끌어 막기도 했다는데요.
『당진공장을 탐낸 모그룹이 96년 10월 제3자를 내세워 인수 제의를 했는데 거절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 후 모그룹의 부도설 유포로 2금융권 등으로부터 한꺼번에 상환요청을 받았습니다. 이는 부도가 나면 당진공장을 모 정치세력과 결탁해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하려는 음모에서 나온 것입니다』
―자금악순환이 더해져 96년 11월부터는 하루하루 부도걱정을 했다는 데 맞나요.
『사실입니다. 그러나 산업은행 대출만 원활히 이루어졌으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한보철강 재정부 차장 이명섭은 96년 9월부터 월평균 2,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소요됐고 10월 이후에는 시설투자금 1,000억원, 금융이자 300억원, 원자재구입 등 제반비용 500억원, 은행 2금융권 사채 등 차입금 상환액 500억원 등 2,300억원과 단기 일시차입금 상환누적분 약 1,000억∼1,500억원이 필요해 이를 모두 포함하면 월 3,300∼3,800억원 정도의 자금이 소요됐고 그 소요액이 점차 증가했다는데 맞나요.
『그같은 자금압박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명섭은 또 소요자금 조달수단이 영업수입금 700억∼800억원, 신규차입금 700억∼800억원 등 모두 1,400억∼1,600억원에 불과해 이 자금으로는 진성어음결제 및 주로 급한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단기대인 일시 차입금상환은 지급연장을, 금융권 차입금 상환은 일부 연체를 시작했다는데 사실입니까.
『역시 산업은행 대출이 있었으면 해결됐을 것입니다』
―더구나 96년 11월 은행에 대한 부도나 다름없는 수입고철 등에 대한 수입어음결제의 은행대지급이 발생,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른다는 절박한 심경으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재정부 직원들도 같은 심정으로 자금융통 및 결제금 연장을 통사정해 늦은 시각까지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녔다고 하던데요.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한보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달리 조달할 방법이 없고 불확실한 금융권의 정책적 지원만을 막연히 기대하면서 하루하루 부도 등 최악의 자금사정을 간신히 넘겨왔을 뿐 기대되는 금융권 자금지원이 여의치 않을 시는 결국 자금상환을 호전시킬 능력이 없어 부도가 불가피한 것 아닌가요.
『지난해 말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해 결국 부도가 났으나 한보그룹의 보유부동산, 즉 장지동 토지 4만평, 개포동 토지 1만평, 서소문 빌딩 등이 매각되면 공장이 정상운영되고 그러면 모든 피해는 충분히 변상됐을 것입니다』
―위 토지는 이미 다른 곳에 담보로 제공되지 않았나요.
『은행담보로 제공됐으나 당진제철소의 담보여력이 충분해 이를 대체담보로 제공하면 위토지와 빌딩에 대한 담보가 해지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를 매각해 그 잔액을 운영자금화 할 수 있었습니다』
―위 토지와 빌딩의 담보채무액 규모는 얼마인가요.
『금액은 잘 모릅니다』
―달리 더할 말이 있으면 진술하시오.
『한보철강에 대한 경영권을 되돌려받거나, 아니면 한보철강 부지 및 시설에 대한 정확한 실사후 차액을 돌려받았으면 좋겠습니다』
(2월15일 조서)
―당진제철소 매립공사에 2,414억, 1단계공사에 5,578억, 2단계공사에 1조 7,697억, 외자설비 미통관분이 4,150억, 리스렌탈 1조86억에서 차감할 미지급 어음 3,923억이죠.
『제가 3∼4년전까지만 해도 숫자까지 확실히 기억했는데 이제는 늙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장부상으로 그렇고 회계관련 직원들 진술이 그렇다면 맞을겁니다』
―당진제철소 건설투입 시설자금은 매립공사와 1·2단계 공사 합해 3조5,912억원이 들었는데 한보와의 건설계약금은 4조5,965억원으로 7,332억원이 차이가 납니다. 왜 그렇지요.
(한참 머뭇거리다)『사실대로 말씀드리죠. 5조정도 드는 공사를 하고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돈이 들어가는 곳이 많습니다. 각종 운영자금으로 썼습니다』
―김봉수 회계부장 등의 진술에 따르면 노무비로 과다계상했다는데 맞습니까.
『그럴 겁니다. 제가 금액은 얼마인지 기억 못하지만 제 담당직원들이 그렇다고 하면 맞을 겁니다』(이때 『멍청한 놈들이 어떻게 회계처리를 해 놓았길래 이런 부분들이 발각되는지 모르겠다』 『끝전 있게 처리해야 하는데 회계부 호로자식들이 그냥 처리해 발각됐다. 나가기만 하면 가만 안놔둔다』고 혼자말.)
―한보철강의 경우 김종국씨에게, (주)한보의 경우 주규식 전무에게 정총회장이 현금을 만들어 오라고 지시하면 현금을 만들어 한보상사 출납여직원에게 갖다 줬으며 돈자루를 나르느라 고생 많이 했다는데 사실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돈을 나르는 걸 직접 보진 못했으나 그랬다면 미안한 일입니다』
―출납여직원은 누구입니까.
『정분순과 정선희라는 아이입니다』
(전환사채 관련 질문을 하던중 정총회장이 나서며 답변)
『전환사채는 경영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검사님께서도 신문보셔서 잘 아시겠지만 삼성과 기아자동차 케이스를 보고 한보철강 경영권을 수호하기 위해 대주주 지분을 무조건 50.5%이상 유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개인세금을 회사돈으로 낸 게 사실이지요.
『예, 사실입니다. 그건 잘못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들과 손자가 회사 돈으로 세금낸 것은 모두 제가 지시한 것이지 그 아이들은 모르는 일입니다』
(돈의 사용처 진술부분)
『유원건설 인수때 전사주인 최회장이 주식을 안 내놓으려고 해 프리미엄(위로금)으로 30억원, 세양선박 인수때 추회장에게 위로금으로 30억원을 줬습니다. 김종국 등 계열사 사장들이 업무추진비로 큰 돈 타간 뒤 유용한 경우가 있습니다. 업무가 잘 돌아가야 하는데 안돌아가는 경우는 틀림없이 떼어먹은 겁니다. 관공서나 금융기관에서 사례비(수고비) 받고 안 도와줄 리가 없거든요』
―이철수 제일은행장에게 대출과 관련해 돈을 준 사실이 있지요.
『예, 있습니다』
―돈을 준 경위와 액수를 진술하시오.
『네번에 걸쳐 이철수 행장에게 7억원을 주었습니다. 94년 8월 1억원, 95년 6월 2억원, 96년 2월 노태우씨 사건으로 구속집행정지돼 서울대병원 퇴원한지 얼마안돼 2억원, 96년 4월 2억원입니다』
―돈을 준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거래 은행장으로 계속적인 금융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 입니다』
(신광식·우찬목 행장관련 진술)
―신광식 제일은행장에게 돈을 준 경위는.
『지난해 5월 이철수 행장이 구속되고 신광식 전무가 은행장에 취임했는데 주거래 은행장에게 인사할 필요가 있었고 당시 추가자금도 필요해 신규대출을 부탁해야 했습니다. 두번째로 돈을 준 것은 8월께로 제일은행에서 수백억원을 대출해준 사례금입니다』
―돈줄 때 신광식행장은 뭐라고 하던가요.
『별말 없었습니다』
―돈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사무실 대형금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출납직원에게 돈 포장을 시켰습니다』
―우찬목 행장에게는 왜 돈을 주었나요.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인사를 한 것이고 앞으로도 대출을 부탁하기 위한 것입니다』
―은행장들에게 뇌물을 주고 대출을 받아 국가경제를 혼란시킨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나요.
『잘못된 일로 심히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점을 깊이 자성합니다』
(8회 진술)
『당진제철소는 자체자본 조달없이 대부분을 외부차입금에 의존했다. 부동산이 매각되지 않아 자체자본조달이 없었다』
(10회 진술)
『당진제철소 건설 가계정중 노무비 7,732억원을 과다계상했다』
(11회 진술)
『개인목적에 사용한 자금은 한보철강 (주)한보에서 공사비를 가장하거나 한보상사 대여금을 가장해 이출했다. 계열사 설립인수 228억원, 증자자금 1,668억원, 개인세금 납부 151억원, 전환사채 구입 820억원 등의 자금을 한보철강과 (주)한보, 한보상사에 단기대여한 것으로 변칙회계처리하고 사용했다. 위장계열사인 세양선박 대동조선 등도 한보철강 자금을 인출해 인수했다』
(15회 진술)
『93년부터 97년 1월까지 한보철강 (주)한보에서 아산만공사비나 한보상사 대여금으로 변칙회계처리하고 조성한 자금은 계열사 인수프리미엄 60억원, 해외공사 수주리베이트 15억, 계열사 임직원 격려금 274억원, 개인부동산 구입자금 78억, 전처이혼위자료 40억원, 해외진출비 40억, 계열사 지원금 600억∼700억원 등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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