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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단독입수 한보 수사기록:Ⅱ

입력
1997.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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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간에 현금 10억 긁어모으느라 피말라”/“입금위장 전환사채매입후 되레 710억 빼가”▷김종국 재정본부장◁

(2월12일 조서, 이한성 검사)

―한보 부도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정태수 총회장이 수시로 인출해 간 용처 불명의 돈을 어디다 썼는지 알고 있나요.

『저로서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정태수 총회장 개인에게 부과된 국세를 회사돈을 인출해 납부한 게 사실인가요.

『정총회장의 개인회사인 한보상사의 하승규 전무가 납세 고지서 쪽지를 가지고 찾아와서 해결해 달라고 했습니다』

―불법행위인 줄 알고도 해 준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쁜 행위인줄 알았지만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정총회장의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을 수년간 실무집행해 결과적으로 엄청난 경제공황을 몰고 왔는데 책임을 미루는 것인가요.

『…』

―인출된 돈의 사용처를 아는대로 말하시오.

『구체적인 사용처는 모르고 그 돈 중 일부가 개인재산 증식, 관공서와 금융기관 로비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추석이나 설 이외에 평소 접대가 필요한 경우 총회장이 내주는 돈으로 지출했나요.

『그런 경우 총회장에게 접대계획을 보고하여 필요한 돈을 타와서 접대비로 지출합니다』

―일일이 사전보고 한다는 말인가요.

『예. 재정분야는 일전 한 푼 재량이 없습니다』

―회사내에 긴박한 상황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서는 어디인가요.

『자금부분인 저희 부서입니다』

―긴박한 상황이 가장 많은 부서에서 재량권이 전혀 없단 말인가요.

『…』

―연봉은.

『8,800만원 정도 입니다』

―연봉 외 판공비는.

『정확한 금액은 기억할 수 없지만 500만원 가량입니다』

―봉급과 판공비 외에 회사돈을 한 푼도 소비 안했나요.

『다소 썼을 것입니다』

―어떤 형태인가요.

『총회장이 명절때 떡값 명목으로 자금을 제공해 주면 적절히 떡값을 돌리고 나서 남은 돈을 가지고 있다가 개인용도로 쓰는 정도 입니다』

―그렇게 소비하는 돈은 연간 얼마인가요. 『5,000만원 정도 입니다』

―재정본부장을 맡은 것은 언제이지요. 『93년 11월1일부터 3년간 입니다』

―그러면 약 1억5,000만원정도를 진술인이 개인용도로 소비한 것이군요.

『예』

―위의 돈을 살림에 보태썼나요.

『수시로 생기는 돈에서 쓰기 때문에 목돈되는 것이 아니어서 살림에 보탬이 된 것은 별로 없습니다』

―총회장이 개인재산처럼 뭉칫돈을 쓰는 사이 진술인도 거기서 떨어지는 돈을 같이 쓴 셈이군요.

『그렇게 쓴 것이 일부는 회사에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재벌회사 사장으로서 많은 보수뿐 아니라 임의로 소비되는 돈이 생기는 대가로 정태수 총회장의 비리행위를 도와준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한보철강의 자금을 맡아 초창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으나 제가 무역관계 업무에 식견이 있어 어느 정도 극복하고 나니 회사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려해도 배신자라는 기분이 들어 그냥있게 된 것입니다』

―정태수 총회장의 사재확장에 기여한 책임을 느끼나요.

『결과적으로 책임이 있습니다만 회사자금 사정이 워낙 나빠 은행에 가면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대출을 안해주려고 하고 그래서 간신히 얼마정도 대출받아 오면 총회장은 개인적으로 인출을 마구해 대고… 몇차례 충언을 해도 총회장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한보철강이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오면 총회장은 그 돈에서 얼마 가져오라고 막무가내로 지시합니다. 한보철강이 융자금을 고스란히 들여서라도 (제철소를)세우기 어려운 판국에 거액을 다른데 빼돌렸으니 철강공장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습니다』

―공사비를 과다계상해 차액을 빼돌리는 비자금 조성수법에 대해 말하시오.

『한보철강의 돈을 (주)한보가 전용해간 것으로 하고 실제 연결은 한보상사라는 정총회장의 개인 업체로 넘어갑니다』

―우선 차용금으로 잡아두고 나중에 회수불능으로 대손처리할 생각이었나요.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보의 장부정리가 엉망이어서 세무당국이 조사를 나와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추석에는 소위 떡값 명목으로 얼마나 인출했나요.

『추석을 앞둔 시점의 장부를 보고 말씀드리면 9월19일부터 25일까지 집중적으로 빠져나갔는데 19일 14억원, 20일 10억5,000만원, 23일 3억원, 24일 3억원, 25일 3억원 등 대략 36억5,000만원이 추석떡값 명목으로 인출됐습니다』

―이 돈을 가지고 한보그룹 전회사가 떡값으로 사용한 것인가요.

『(주)한보, 한보철강, 한보에너지, 동아시아가스 등 주력기업에서 사용합니다』

―여름 휴가비는.

『7월4일에 5억원, 6일 1억원이며 이 돈중 일부가 휴가비로 사용됐습니다.』

―작년 설날은 어땠나요.

『이무렵 지출된 것이 모두 떡값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2월 9일부터 17일까지 42억원 정도입니다』

―진술인이 떡값지출 시기에 개인적으로 소비한 돈은 얼마인가요.

『저도 돈이 필요해 떡값 등 1,000만원정도 남겨 개인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전환사채 발행과정에 대해 말하시오.

『한보철강이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정총회장이 입금을 해주지 않아 한보철강의 부실화 원인이 됐습니다. 93년 9월 400억원 등 합계 2,47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전환사채를 정태수 총회장이 청약한 경위는.

『전환사채는 장차 회사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지배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총회장이 그것을 염두에 두고 전환사채의 50.5%를 청약해 매입한 것입니다』

―정태수 총회장은 전환사채에 대한 입금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나요.

『주간사로 대우·산업·장은·고려증권 등 4개 회사가 관여했습니다. 청약시 현금을 내야 하니까 주간사가 입금을 하도록 시켜 전환사채를 배정받은 다음 전환사채가 한보철강으로 넘어오면 계정을 미수금계정으로 바꿔 현금을 빼냈습니다』

―해당금액이 얼마나 되나요.

『710억원 정도입니다』

―은행돈 인출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나요.

『총회장이 가져오라고 지시한 돈은 항상 현금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현금다발을 자루에 담아서 운반했습니다』

―10억원인 경우엔 어떻게 하나요.

『그 경우도 현금입니다. 10억원이나 되는 돈은 지점에 없기 때문에 여러 지점의 돈을 긁어 모아서 10억원을 채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방법은 언제부터 사용했나요.

『오래 전부터 취한 방법입니다. 그 많은 돈을 만들기도 힘이 드는데 몇시까지 해 놓으라고 호령이 떨어지면 이를 마련하는데 피가 마릅니다.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가혹한 야단을 맞습니다. 참으로 일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정태수 총회장 개인세금을 회사돈으로 내준 사실이 있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회사의 돈을 정총회장이 윽박지르는 바람에 빼앗기다시피 한 것입니다. 회사자금이 모자라고 자금이 아쉬워서 은행을 찾아가 대출부탁을 하면 참기 어려운 굴욕감을 느끼는데 제가 순전히 개인세금으로 쓸 돈을 주고 싶었겠습니까』

―더할 말이 있나요.

『부도를 내어 물의를 일으킨 점을 국가와 사회에 사죄합니다』

(2월13일 조서, 이한성 검사)

―피의자가 대표이사인 여광개발은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요.

『골프장을 운영하기 위한 회사인데 아직 건설중입니다』

―재정본부장이 한보그룹 산하 22개 전업체의 자금관리를 담당하나요.

『전부 하는 것은 아니고 한보철강, 한보에너지,(주)한보 등 3개 주력업체의 자금관리만 담당합니다』

―정총회장의 회사공금 사용내역에 대해 말하시오.

『총회장은 크게 3가지 목적에서 회사자금을 빼냈습니다. 첫째 개인적인 사업체 인수 등 재산확장이고, 둘째 회사자금 운용과 공장운영을 위한 인허가 관계에 필요한 공직자 로비자금이고, 세째는 총회장 자신과 가족에게 부과된 재산세 등 공과금을 납부하기 위한 것입니다』

―정총회장이 아산만 철강공장에 투자한 내용은.

『92년 총회장이 등촌동의 땅을 팔아 만든 110억원을 서울은행에 변제한 것이 전부입니다』

―정총회장이 대주주 경영권을 위해 정당치 못한 방법을 사용한 사실이 있나요.

『예. 원래 전환사채는 주간사와 인수사에 맡겨두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발행해 회사자금을 원할하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정총회장은 대주주의 주식보유율을 약 50.5%로 유지시키기 위해 사채 발행때 미리 주간사와 협의를 합니다. 주간사는 마치 대주주가 현금으로 매입 한 것처럼 하기위해 주간사 자금으로 회사에 입금한 뒤 즉시 인출해 가는 수법을 썼습니다. 결국 입금 흔적만 남고 실제로 돈구경은 하지 못했습니다. 전환사채만 대주주에게 돌아간 것입니다. 이 경우 회계처리 방법이 없어 일단 한보상사에 대여하는 것처럼 처리했습니다』

―세양선박인수 경위에 대해 말하시오.

『세양선박은 협상가격인 130억원에 인수했는데 한보철강쪽에서 자금을 집행했습니다. 회계처리는 한보상사에 단기대여하는 형식이었고 인출당시 세양 전사주에게 20억∼30억원의 위로금을 제공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96년 1월 조양상선에 근무하던 정남돈을 스카웃해 (주)한보 운송사업부에 근무토록했는데 정씨가 총회장을 설득해 3,000톤급 선박을 20억원에 구입해 운행했습니다. 그후 정한근 사장이 사업성이 좋다는 정남돈 사장의 말을 듣고 정씨가 잘아는 세양선박을 인수키로 한 것입니다』

―대동조선은. 『96년 8월 100억원을 주고 인수했는데 그돈은 한보철강에서 한보상사로 대여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해 집행했고 인수후 세양선박 계열사가 되었습니다.

―유원건설 때도 위로금을 주었나요.

『유원건설은 인수자금이 들지 않았고 은행에서 2,500억원을 대출받는 조건으로 인수했습니다. 당시 전사주인 최영준 사장에게 위로금으로 30억원을 주었는데 총회장이 개인돈으로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보철강의 여신규모는 모두 얼마인가요.

『(주)한보 4,000억원과 한보철강 4조7,000억원 등 모두 5조7,000억원입니다』

―자금조달은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한보철강의)영업수입금은 월 850억∼900억원으로 기타 부족액(충당방법)을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에서 보면 시설자금은 이미 지급비 등이 발행된 내자부분은 각 공장별로 지원받아 현장으로 부쳤습니다. 운영자금은 시설자금지원은행과 다른 기관에서 차입해 부족자금을 충당했습니다』

―은행대출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금융기관 큰 곳(본점인듯)은 본인과 김대성 상무가 맡고 은행부장이나 지점장은 김상무나 부장급이 맡았습니다. 총회장은 은행의 대출이 성사되지 않으면 2∼3번 더 직원을 은행관계자에게 보내 부탁을 했습니다. 대출결정이 나면 행원이 현장으로 가 기성(서류대로 공사가 진척되는지)확인한 후 은행본점의 승인을 받아 지급됐습니다. 돈은 제일은행 당좌계좌가 있던 섬유센터로 지준이체해 결제했습니다』

―한보철강의 재무상태는 어떠했습니까.

『96년들어서 철강경기가 하락함에 따라 재무상태가 악화했습니다. 추석이후에는 더욱 악화해 11월부터는 그날 그날 돌아오는 어음을 막을 자금이 없어 제2금융권으로부터 초단기 자금을 끌어 간신히 하루하루를 지탱했습니다』

―구체적인 자금사정을 말하시오.

『95년 6월 당진공장 2단계 공사를 하면서 월 시설자금 500억원, 운영자금 700억∼800억원이 필요하게 됐는데 (한보철강)매출액이 800억∼900억원에 지나지 않아 월 평균 500억원이 부족하게 됐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공장준공이 가능하다고 보았나요.

『어려운 상황과 함께 처음 공사비 3조9,000억원도 4조9,000억원으로 1조가 늘고 그래서 총회장에게 공장완공 시기를 2∼3년 순연시킬 것을 제의했습니다. 총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공사를 추진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자금 결제는 누가 했나요.

『그룹내 모든 계열사 대표의 인감과 직인은 총회장이 가지고 있고 총회장이 일일이 서류 어음 수표에 날인했습니다. 총회장이 자금운용을 직접 관장했습니다. 총회장이 출국하거나 자리를 비우면 3남인 정보근 회장에게 인수인계했습니다. 한보상호신용금고에 편법 자금대출을 지시한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전환사채 부분에 대해 진술하시오.

『한보철강에서는 93년 9월부터 97년 1월까지 모두 2,47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그러나 총회장의 지시로 총회장과 총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50.5%가 유지되도록 하는 바람에 자금압박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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