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의 언행이 좀더 사려 깊어야겠다. 지금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국면인데 인식조차 없다는 듯 『정치적 해결』이니 『현철씨 별건구속 반대…』니 하는 말을 공공연히 흘리고 있는지 답답하기조차 하다.우리의 생각은 분명하다. 김현철씨 문제는 오직 법에 따라 처리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시점에서 법에 앞선 정치적 해결이란 있을 수 없고 그런 말조차 꺼내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여당은 지금 당장 그같은 발언의 진의를 국민 앞에 해명하는 게 옳다.
여당의 그같은 의도가 왜 불가한지는 이유가 너무나 분명하다.
첫째,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한 민주·법치 국가에서 대통령 아들이라고 해서 비리혐의에 대해 「정치적 해결」을 시도하려는 건 우선 형평에 어긋나고 헌법위반일 뿐더러 정치·도덕적으로도 용납될 수가 없는 짓이다. 여당측이 검찰 재수사중에 그런 발언을 앞질러 흘렸다는 건 법에 앞서 정치적 해결만으로 덮어버리려는 속내를 보인 것과 다를 게 없다 하겠다. 강행할 경우 국민적 반발을 불러 일으키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임을 지적해 둔다.
둘째, 그런 시도가 여야 영수회담을 계기로 모처럼 조성되기 시작한 정치권의 리더십을 오히려 손상시킬 위험을 안고 있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국민들은 앞서의 영수회담을 법에 따른 조속한 의혹규명과 경제난 해소를 위한 국가적 정치력 회복 모임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어했다. 그만큼 국가적 위기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영수회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런 발언을 불사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치권의 야합을 의심토록 할 위험을 안고 있다.
셋째로 지적해 둘 것은 「헌정중단 사태」 문제와 그 해법에 대한 일부 여권의 단견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보사태와 현철씨 문제가 확대된 나머지 뜻밖의 헌정중단 사태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사회 원로들의 우려표명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바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이유로 성급히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려는 것은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할 뿐이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여권인데 왜 이러냐는 비판이다.
검찰을 더 이상 막다른 길로 내몰수도 없음은 여권 등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검찰이 『앞만 보고 가겠다』고 재수사에 나서고 있는 지금 「별건구속 반대」소리를 해서 얻을 건 반발밖에 없다. 여권의 발언 다음 날 튀어나온 「현철씨 별건수뢰때도 처벌하겠다」는 반응은 검찰이 불편한 심기와 각오를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고 보면 현철씨 문제의 섣부른 정치적 해결시도란 얻을 건 없는 대신 잃을 것만 많은 잘못된 처방이 아닐 수 없다. 대도무문정신으로 압제를 버텨 집권에 이른 현정권이 아닌가. 정직한 진상 규명과 정확한 문책이 수습의 지름길이라는 우리의 권고를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은 검찰을 오히려 격려해 수사에 힘을 실어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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