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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어디에 맡겨야 하나/육아문제 고민하는 주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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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어디에 맡겨야 하나/육아문제 고민하는 주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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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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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직장을 다니고 싶어도 아이문제가 걸림돌/맡길 곳 변변치 않은데다 보육비용도 간단치 않아/직장탁아소라도 있으면 좋으련만…홍희승(31)씨는 대기업 대리인 남편(32)과 생후 18개월이 된 딸 하나가 있는 전업주부. 아이를 낳기 전만해도 모 항공사에서 승무원과 예약부서 직원으로 4년여동안 근무했던 직장 여성이었다. 홍씨는 95년 10월 딸 아이를 낳으면서 2개월 출산휴가를 얻었지만 휴가가 끝난 뒤 복직을 포기했다. 아이를 맡길 곳이 변변치 않은 데다 탁아비용도 간단치 않았기 때문. 지방에 있는 시댁이나 사정이 여의치 않은 친정에는 처음부터 맡길 생각을 못했다.

『출산휴가가 끝나도 아이가 생후 60일밖에 되지않아 맡아주겠다는 곳이 없었어요. 동네 어린이집에서는 너무 어려서 곤란하다고 하고 종일 봐주는 사람을 쓰자니 한달에 70만원 이상이 들어 결국 직장을 그만 두는 수 밖에 없었어요』

홍씨는 전업주부로 돌아선 뒤 6개월 동안은 아이를 돌보느라 외출을 거의 할 수 없었다. 남편과 외식은 말할 것도 없고 장보러 가기도 힘들었다. 온종일 집에만 있어야 해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은 개인 볼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루내내 아이한테 시달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힘도 들어 남편은 물론이고 아이한테도 잘해주지 못할 때가 많아요. 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부리기도 합니다. 울다가 지쳐 잠든 아이 얼굴을 보면 죄책감이 들어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도 많이 했지요』

육아비용때문에 붓고 있던 적금통장 2개를 해약했던 홍씨는 남편 월급만으로는 늘어가는 생활비나 앞으로 들어갈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다시 직업을 가지려 하고 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도 받아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아이를 맡기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집 근처는 이미 정원이 차서 들어갈 수 없었고 전직장에도 보육시설이 없어 할 수 없이 조금 멀더라도 다른 곳을 이용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지요. 그런데 때마침 친구 아들이 놀이방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듣고서는 맡기기가 불안해지더군요』 두돌이 채 안된 홍씨 친구 아들은 얼마전 놀이방에서 가위에 눈이 찔려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 소식을 듣고 남편은 민간 보육기관은 안된다고 반대하고 있고 홍씨 자신도 주춤하고 있다.

『선진국에는 대부분 갖춰져 있는 직장 탁아시설이 왜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없는 지 모르겠어요. 직장보육시설은 아무래도 믿을 수 있는데다 아이를 수시로 볼 수 있어 아이한테도 덜 미안할 것 같은데요』

홍씨의 유일한 개인 시간은 아이가 낮잠잘 때. 멍하니 옛생각을 할 때가 많지만 단지 아이 맡길 데가 없어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현실이 납득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해진다.<염영남 기자>

◎맞벌이부부의 육아 고충/“우리 아이는 배구공 신세에요”/친정으로 시댁으로 동네아주머니에도 맡기고 놀이방에도 보내보고/그도 저도 안되면 결국 사표내기도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안심하고 키우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한다. 놀이방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보내거나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못한 부모들은 속을 태울 수 밖에 없다.

두살바기 딸을 두고있는 은행원 유미란(32·여)씨는 『우리 아이가 배구공인지 모르겠다』며 푸념했다. 퇴근시간이 일정치 않은 그는 평일에는 관악구 신림동의 친정에 아이를 맡겼다가 주말에는 다시 서초구 반포동의 시댁으로 데려간다.

회사원 이해임(34·여)씨는 네살 된 아들을 동네 놀이방에 보내고 있는데 퇴근시간이 늦어 월 보육료 28만원에 10만원을 별도로 더 얹어주고 있다. 야근이 있는 날에는 원장이 그냥 데리고 자기도 한다.

친정이나 시댁에 맡겨도 맘은 편치 않다. 전북 익산의 시부모에게 아이를 맡겨놓고 매주 한차례 만나는 회사원 김태옥(35·여)씨는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아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발만 구를 때가 가장 괴롭다』며 『시어머니에게도 어버이날이나 명절 때마다 목돈을 드리기는 하지만 항상 죄송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권은숙(37·여)씨는 동네 아주머니에게 월 30만원을 주고 세살짜리 딸을 맡겼다가 요즘에는 대학 졸업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동생에게 용돈을 겸해 월 70만∼80만원을 주고 아이를 봐주도록 했다.

생활설계사 김은정(33·여)씨는 집 근처에 살고 있는 언니에게 아이를 맡겼다. 한달에 보육비조로 50만원을 주고 있는 김씨는 『조카들이 다 컷는데다 아이를 좋아해 쉽게 맡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안숙희(28·여)씨는 지난해 10월 첫 아이를 낳은 뒤 육아문제로 아예 사표를 내버렸다. 그는 『백일이 갓 지난 아이를 친정으로 시댁으로 이리저리 보낼 때마다 너무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육아에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우리 사회에서는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새로운 원죄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김성호 기자>

◎보육시설 현황 및 문제점/안전사고 걱정없이 맡길만한 곳이 많지 않다/안전보호 시설 미비로 잇달아 크고 작은 사고/보육원은 보육원대로 재정 열악 일손달려 소홀해질때 많아요

아이들을 마음놓고 맡기기 힘들다.

보육시설의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으나 서비스 수준은 낮은 곳이 많다. 한창 뛰어놀 아이들을 「보호」라는 이름아래 교육적 분위기라고는 느끼기 어려운 삭막한 2, 3층 건물에 하루종일 가둬놓는 곳이 상당수인데다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 및 교구도 제대로 갖춘 곳이 많지않다.

서울 평창동에 사는 김인혜(35·여)씨는 지난해 여섯살 된 아들을 직장 보육시설인 H어린이집에 맡겼다가 가슴철렁한 일을 당했다. 야외수업 때 교사가 딴눈을 파는 사이 이러저리 뛰어다니던 아들이 그만 나무에 머리를 받아 10바늘이나 꿰매는 사고를 당한 것. 김씨는 『아이들에게 한글이나 숫자를 깨우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육시설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만에 하나 치명적인 사고를 당할 경우 아이나 부모에게 평생의 한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상당수의 보육시설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안전시설이 없는 옥상 놀이터에서 뛰어 놀다 아래로 떨어져 숨지는가 하면 놀이방 안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놀다 목이 끼어 변을 당하기도 한다. 목욕탕 문턱에 걸려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다.

서울 불광동에 사는 주부 이연임(34·여)씨는 지난해 6월 네살바기 아들을 집 부근 놀이방에 보냈다. 또래와 어울리다 보니 못된 흉내를 내며 욕설을 하는 것은 그래도 이해할 만했다. 문제는 놀이방에서 매일 1시간씩 비디오를 본 아들이 비디오에 중독돼 버린 것. 이씨는 요즘 틈만 나면 비디오를 틀어달라는 아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 유희정 선임연구원은 『매일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는 유치원 교사와 달리 보육교사는 아이들 돌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라며 『현장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교재 및 교구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응급상황에 대비해 소방서 병·의원과 연계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콘센트에는 젖가락이나 철사 따위로 못 쑤시도록 막아둬야 하는데도 그대로 방치하거나 모서리가 뾰족한 가구를 들여놓는가 하면 간식으로 새우깡에 물 한컵을 제공하는 곳도 적지 않다』며 『낮잠시간에 아이들이 덮고 자는 이불도 크고 무거운 어른용이 많아 호흡곤란 및 질식사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보육시설 운영자들도 할 말이 많다.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서울 상계동 D놀이방 원장 정(53·여)모씨는 『아이들은 많고 교사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질좋은 보육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며 『아무리 비영리 사업이라 하더라도 재정이 열악하고 일손이 딸리다 보면 자연히 아이들 한테 소홀해지기 십상』이라고 털어놓았다. 2세 미만의 영아 12명을 보육하고 있는 그는 『당국이 올해부터 영아보육시설에 대해 교사 인건비를 지원키로 했지만 원생이 15명이상인 시설로만 제한하고 있어 소규모 민간시설에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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