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독일에서 꽃피었던 독일 궁정문화의 중심지이며 12세기 이래 바이에른 왕국의 800년 역사가 깃든 땅 뮌헨. 맥주와 예술의 도시 뮌헨은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의류용품 전시회인 ISPO로도 유명하다. 실내 체육관만한 홀이 26개가 있으며 건물사이로 셔틀 버스가 운행될 정도의 스포츠 의류용품 만국 박람회다. 이 기간에는 뮌헨을 중심으로 1시간 거리의 위성도시까지 호텔이 꽉차니 그 규모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지난 2월 열린 이 전시회를 통해 소개된 97년 추동 스포츠 의류의 경향은 60년대 풍의 타이트한 실루엣과 실버와 망사를 부분 활용해 2000년대를 상징하는 사이버(cyber) 스타일이 주류를 이뤘다.
그런데 이 멋진 트렌드를 즐기는 일을 잡치는 사건들이 속속 생겼다. 그간 사귀어 오고 업무 연계가 있던 유럽 여러회사의 친구들로부터 듣게되는 한국사람들에 대한 흉때문이다. 『너희 한국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모두 자기네가 최고라고 하니 누구를 믿고 파트너로 삼아야 할 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한국의 A라는 회사와 상담이 끝나면 1시간 후 한국의 B사가 와서 자기네 회사가 이 계통에서는 최고의 회사이며 방금 당신네가 상담한 A사는 허깨비라고 설명한다.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한국의 C회사가 와서 아까 상담한 A와 B사는 판매망도 별로 없으니 진짜 사업을 하려면 나와 해야 한다고 으름장까지 놓는단다. 그러니 누가 진짜 좋은 파트너인지 도대체 알수가 없단다.
ISPO 뿐 아니라 전세계 패션 비지니스 상담에서도 같은 일들이 부지기수다. 일본인들은 정확한 시장조사를 배경으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상담을 하는 반면 우리는 남이 하면 우선 앞뒤 안보고 모두 덤벼든다. 『내가 최고요』하며 자신을 앞세우며 남을 깎아 내린다. 정말 우리가 최고요, 우리나라가 최고요, 우리나라 제품이 최고요 할 날은 언제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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