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힘들어도 보람”/수업에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하루가 가면 땀으로 ‘파김치’/그래도 천진한 눈망울 보며 ‘교육의 첫장’을 열어가는 그들보육교사인 이혜인(21·여)씨의 하루 근무는 13시간. 온종일 3∼5세 유아 40여명과 씨름을 하다보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 파김치가 된다. 이씨가 받는 월급은 50만원. 근무도 고되고 월급도 적어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하루에도 몇차례지만 천진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 마음을 고쳐 먹게 된다.
이씨가 보육교사가 된 계기는 고교 1학년때. 다니던 교회 유치반 교사를 맡으면서 꿈을 다지게 됐다. 명지전문대 보육학과를 졸업한 지난해 2월 서울 북가좌동 「영천교회」 부설 샛별 어린이집이 문을 열자 곧바로 교사로 들어갔다.
이씨의 일과는 상오 7시30분에 청소로 부터 시작된다. 40여명이 뒹굴고 뛰노는 20여평 되는 마루와 교실 바닥을 구석구석 닦고 치우며 위험한 물건이 없는지 살핀다. 8시에는 승합차로 아이들을 모시러 간다.(이씨는 아이들이 너무나 소중해 「모신다」는 표현을 쓴다고 했다) 30여명은 차로 모시고 나머지는 부모가 데려온다. 9시30분까지 교실로 돌아와 3∼4세반, 4∼5세반, 취학반 등 세반으로 나눠 동료교사 2명과 함께 첫 수업을 시작한다.
이씨가 맡은 반은 4∼5세반으로 20명의 어린이가 있다. 10시30분까지인 1교시에는 다같이 한글과 영어 학습프로그램, 만화영화, TV유치원을 녹화한 VTR을 본다. 한가할 것 같지만 따로 노는 아이들을 TV에 주목시키도록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2교시는 학습시간. 교사들이 학기 초에 작성한 학습진도표에 따라 음악, 미술, 이야기, 체조 등이 요일별로 진행된다.
11시30분부터인 간식시간과 하오 1시30분의 점심시간은 이씨를 비롯한 교사들이 애를 먹는 시간이다. 손으로 집어 먹는 아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아이, 먹을 것을 갖고 장난치는 아이 등을 챙기다 보면 정작 교사들은 밥먹을 시간을 놓치기 예사다.
대소변을 가리는 아이들이 많아졌지만 10여명은 아직도 이씨를 힘들게 한다. 무조건 우는 아이, 화장실에 안가려고 떼를 쓰는 아이, 바지에 실례를 하고 그냥 뛰어 노는 아이 등도 있어 시간이 날때마다 들여다 봐야한다.
하오 3시30분이면 반일반에 등록한 절반가량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일손이 덜 가지만 종일반이 끝나는 6시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미끄럼틀에서 뛰어 내리거나 장난감을 집어 던지고, 함부로 창문을 여닫는 등 여간 불안하지 않다. 종일반 아이들의 경우 어머니가 거의 직장을 갖고 있어 가엽다는 생각에 더욱 신경이 많이 쓰인다. 7시까지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면 이씨는 다음날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학습교재인 그림을 그려 놓거나 동시 등을 골라 적어 놓고 읽어 줄 동화책을 준비한다. 퇴근은 8시30분∼9시사이. 일어서기와 앉기를 200∼300번은 한 것 같아 온몸이 뻐근하지만 마음은 항상 흐뭇하다.
『불안해서 아이를 못맡기겠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물론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또 그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박봉에도 고된 업무를 마다않는 것이지요. 보육교사를 유모나 보모정도로 간단히 생각하는 사회 인식이 달라진다면 더 많은 교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부모님들도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게 될거라고 생각해요』<염영남 기자>염영남>
◎보육교사 양성 어떻게/대학 이외 전문기관 73곳/현재 1만9,000여명 수강/실습기회 적고 교과과정 1년 불과/겉핥기식 교육 우려
영·유아 보육의 질은 보육교사의 자질과 전문성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돈을 투자해도 교사의 질이 낮으면 보육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재 보육교사는 어떻게 양성되고 있을까.
우선 4년제 대학과 2년제 전문대의 유아교육 관련학과 졸업자에게는 각각 1, 2급 보육교사 자격증이 주어진다. 하지만 대학 및 전문대 유아교육 관련학과 출신자들은 보육시설보다 유치원을 선호한다. 근무조건과 처우에서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여성개발원이 최근 보육교사 264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 및 2년제 전문대의 유아교육 관련학과 졸업자는 각각 46명(17.4%), 110명(41.7%)이었다. 나머지 40%정도는 92년부터 설치 운영되고 있는 보육교사 양성기관 출신자들이다. 영유아 보육법에 따르면 고졸이상의 학력자로서 복지부에서 지정한 보육교사 양성기관에서 소정의 교육을 받으면 보육교사 2급에 준하는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보육교사 양성기관을 통해 배출된 교사는 4만3,000여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근무중인 교사는 1만4,000여명에 불과하다. 현재 이들을 포함해 2만8,000여명의 보육교사가 1만2,000여개 보육시설에서 40만3,000여명의 영·유아를 맡고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1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보육교사 양성기관은 대학부설 35개소를 비롯해 모두 73개소. 현재 1만9,000여명의 수강생들이 예비 보육교사가 되기 위해 강의를 듣고 있다. 1년간 수강료는 88만여원.
직장을 그만두고 보육교사 양성기관에 다니고 있는 이정미(27·여)씨는 『실습기회가 적은데다 30과목을 1년만에 마쳐야 하는 등 교육과정이 다소 부실한 것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육교사 양성기관의 교육과정은 4년제 유아교육 관련학과의 전공과목을 3분의 1 내지 2분의 1로 축소시켜 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교과목 이론과 실습교육이 겉핥기식으로 이뤄지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보육교사 교육원의 강의를 맡고 있는 아동복지학과 이영숙 교수는 『1년 과정으로는 현장 실습을 병행하기에 너무 빠듯하다』며 『보육교사 양성과정의 내실화와 함께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재교육의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전문가 진단/이대 아동교육학과 이기숙 교수/“유아교육 관련부처 3원화/일관성없는 정책 큰 문제”
이화여대 아동교육학과 이기숙 교수(한국아동교육학회장)는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가정교육비 부담 증가 ▲주부취업 제한 ▲교육기회 균등의 원칙 위배 ▲당국의 관리부재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특히 유아교육을 관장하는 부처가 교육부 보건복지부 노동부로 나눠져 있어 정책에 일관성이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3세∼취학전 아동을 교육하는 유치원은 교육부, 0세∼취학전 아동을 보호 교육하는 놀이방 어린이집 등 기타 보육시설은 보건복지부, 영아위주의 직장 보육시설은 노동부가 관장하고 있어 효율적인 유아교육정책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 이교수의 지적이다.
『어린이집은 3세미만의 영아도 맡아 돌봐야 하지만 영세한 곳이 대부분이라 인건비 시설비 등의 문제로 쉽게 맡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3세이상 유아만 몰리게 돼 설립취지와는 동떨어지게 운영되고 있으며 유치원과의 기능구분도 모호한 상태입니다. 성격이 비슷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한곳에 나란히 들어서 서로 경쟁을 벌여도 당국은 서로 나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교수는 이런 유아교육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관리 감독하는 공교육 체제로 통합,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모든 면에서 OECD국가중 최저수준입니다. 이제라도 유아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유치원을 포함한 유아교육기관을 「유아학교」의 형태로 전환해 당국의 관리를 받게 해야 합니다』
유아교육에 대한 각국의 정부 예산과 관리절차를 비교해 보면 우리의 낙후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유아교육예산이 전체 교육예산의 0.97%선인 우리나라에 비해 프랑스는 10%대, 독일은 7%에 달한다. 또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90%이상의 영·유아가 유아교육을 받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사립위주지만 부모의 생활수준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화하는 정책을 실시, 유아교육의 수혜범위를 넓히고 있다.
『유아교육은 지적 언어적 발달외에도 인성과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 청소년기의 비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외국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3∼5세 대상의 유아교육을 받을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훗날 고등교육에서 필요한 교육비나 각종 사고, 탈선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7배이상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국민 전체를 생각한다면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나 국민들은 이런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염영남 기자>염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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