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 조합원되어 자치운영/전국 11곳… 교사채용·회계 직접 꾸려부모가 마음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아이도 바람직한 환경에서 보호·교육받을 시설은 없을까. 이는 어린 아이를 둔 부모의 한결같은 「희망 사항」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공동육아 협동조합 방식의 어린이 집이 눈길을 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자리잡고 있는 「재미난 어린이집」. 공동육아 협동조합 방식으로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 어린이집은 현재 28명의 영·유아에게 열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개원 당시 아이를 둔 14가구가 조합원으로 참여했으나 지금은 21가구로 늘었다.
남향숙(34) 원장은 『공동육아 협동조합은 부모가 조합원이 된 뒤 출자금과 보육료를 내고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새로운 보육모델』이라며 『폐쇄된 공간에서 한글이나 숫자 공부에 치중하고 있는 일반 보육시설과 달리 견학이나 나들이를 통한 자연친화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은 가입비 50만원과 출자금 350만원을 낸 뒤 아이의 나이에 따라 매월 24만(40개월 이상)∼40만원(3∼12개월)의 보육료를 내고 있다. 대지 105평, 건평 34평짜리 단독주택을 8,000만원에 전세 낸 뒤 주인의 양해를 얻어 어린이 집으로 꾸몄다. 탈퇴하게 되면 출자금은 돌려받는다. 보육교사는 원장과 영양교사 등 7명. 교사 월급은 75만∼80만원으로 일반 보육시설보다 다소 높다.
『모든 조합원은 이 어린이집의 주인이에요. 정관과 운영규정을 만드는 것부터 교사채용 교육 회계 등을 공동으로 꾸려 나가죠. 부모가 직접 참여하는 일일교사제도도 호응이 높아요』 얼마전 일일교사로 아이들을 돌봤던 김재엽(36)씨는 『월 보육료 외에 일체의 과외비용이 없는데다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며 『종이접기 및 유아체조를 해주면서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 어린이집과 같은 공동육아 협동조합 방식의 보육시설은 94년 8월 첫선을 보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우리 어린이집」 등 서울 7곳을 비롯해 전국에 11개가 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서울 ‘곡교 어린이집’/‘장애아에게도 보육서비스를’/정상아와 통합교육 통해 ‘함께 사는법’ 습득
『장애 영·유아도 보육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서울 강동구 천호4동 「곡교 어린이집」(472―4200)은 색다른 보육시설이다. 92년 12월 국공립 시설로 문을 연 이 어린이집은 장애아와 정상아가 친구처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통합보육」을 실시하는 곳이다. 현재 180명의 원아 중 자폐증세를 보이거나 정신지체 장애를 지닌 영유아는 모두 28명. 이창미 원장은 『처음 통합보육을 실시하려고 했을 때 일반 아동 부모의 반대가 심할까 봐 무척 걱정했는데 모든 게 기우였다』며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부모들의 협조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상오 7시30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 노래와 율동 등으로 엮어지는 통합놀이가 시작된다. 이후부터 진행되는 모든 수업도 장애아와 정상아가 함께 참여하는 연령별 통합교육으로 이뤄진다. 장애아가 낀 반에는 장애아동 전담교사가 배치된다. 20명의 교사 중 장애아 전담교사는 8명. 이 가운데 5명은 특수교사 자격증을 갖고있다.
정신장애의 일종인 다운증후군 장애아인 한건희(4)군의 어머니 강혜경(35)씨는 『장애는 불행이라는 사회 편견을 떨쳐 버리고 보통 아이처럼 키우고 싶어 2년전부터 이곳에 보내고 있다』며 『장애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특수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고 정상아들과 섞여 지낼 수 있는 통합보육 시설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수 영유아는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고 특수교사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이에요. 장애아 일수록 정상아와 함께 어울리는 조기 통합교육이 더욱 절실하죠.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장애아를 위한 보육시설이 아예 없는 실정이에요』
특수교사 자격증 소지자인 김수진(33) 원감은 『통합교육은 어릴 때부터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점에서 정상아에게도 유익한 점이 많다. 그러나 재정적 어려움과 함께 통합교육을 알차게 실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고 말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말뿐인 보육정책/3개년 계획 올해 완료 불구 국공립·직장시설 태부족/지역안배도 안되고 표준 보육단가도 비현실적
보건복지부가 추진해온 보육사업 확충대책 3개년 계획이 올해로 끝난다. 그동안 복지부는 1조3,000억원을 투입, 보육시설 확충과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 등의 사업을 벌여왔다. 94년말 6,088개에 불과했던 보육시설이 96년말 현재 1만2,000여개로 늘어났으며 보육 영·유아도 19만명에서 40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외형적으로 일단 성과를 보였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아이를 맡기는 부모나 보육시설 종사자 양쪽 모두 불만의 소리가 여전히 높다.
민간 보육시설은 전체의 89.9%를 차지하며 1만900여개소로 급증한 반면, 3,000여개소 확충을 목표로 했던 국공립 보육시설은 1,000여개소 늘어나는데 그쳤다. 보육시설을 늘리면서 지역안배를 하지않아 서울 종로구와 중구는 시설과잉인 반면 도봉구와 강동구는 시설이 부족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관리와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민간 보육시설이 난립하는데도 관계 당국은 보육시설에 대한 지역별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비현실적인 표준 보육단가는 보육시설에 심각한 운영난을 불러와 보육의 질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 국공립의 경우 대개 연간 700만∼800만원의 적자를 낼 만큼 운영상태가 좋지않아 교사들은 격무에 비해 박봉을 받고있다. 정부지원을 받는 국공립에 비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보육시설은 재정상태가 더욱 열악하다. 교사들은 월 50만원 가량의 낮은 급여를 받고 있으며 기본적인 교재 및 교구조차 갖추지 못한 곳도 상당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육교사의 이직율이 50%를 웃돌고 있으며 신규채용도 쉽지 않다.
복지부 보육관련 정책 담당자도 4명에 불과, 정부가 과연 영·유아 보육에 관심을 쏟고 있는지 의심을 갖게 한다.
노동부가 관장하는 직장 보육시설도 전체적으로 태부족한 상태이다. 영유아 보육법 시행령에는 여성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사업장은 보육시설을 설치토록 돼 있으나 현재 시설이 갖춰진 곳은 전체 324개의 의무설치 사업장중 50개뿐으로 15%도 채 되지않는다. 정부의 보육정책이 말뿐임을 실감케 하는 증거들이다.<염영남 기자>염영남>
◎외국서 살다 온 세 아이 엄마/“한국선 애 맡기기 불안”/홍콩은 곳곳에 유아원 비용싸고 보모도 많아
93년 10월 남편의 해외지사 발령에 따라 홍콩으로 출국했다가 지난해 2월 귀국한 강성현(36)씨는 열살과 아홉살인 딸 둘과 네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강씨는 홍콩으로 갈 때 말도 안통하는 외국땅에서 여섯살, 다섯살인 딸들과 100일도 안된 아들을 어떻게 키우나 걱정했지만 도착하자마자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됐다.
곳곳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혼합한 형태의 유아원이 있어 아이들을 맡기기가 수월했을 뿐 아니라 보육비가 비싸지도 않아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강씨는 영국식, 중국식 유아원중에서 이왕이면 영어를 배우는 데 더 도움이 되라고 영국식 유아원을 택했다.
『땅이 좁은 탓이어서인지 운동장이나 실내가 그렇게 넓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잔디가 깔려있는 운동장 사이사이의 자전거 길에는 고무가 깔려있어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돼 있고 책상이나 식탁도 모서리가 둥글게 돼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믿음이 가더군요』
아들을 맡겼던 영아원에서도 영아 1명당 필리핀 출신 보모 2명을 배정, 아이들로부터 한 순간도 눈을 떼지않고 돌보도록 했다. 『아이들을 맡기는데 아무런 불안감이 없었어요. 아이들한테 조금이라도 이상한 일이 생기면 호출기로 금방 연락해줘 안심하고 내 일을 볼 수가 있었죠』
그러나 강씨는 한국에 돌아온 지난해 부터는 막내를 맡길 데가 없어 장보러 가는 일도 수월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딸 아이들은 학교에 가니까 괜찮은데 아들이 문제에요. 동네 어린이집과 놀이방 등을 가봤는데 규모는 오히려 홍콩보다 크고 시설이나 기구도 신식이더군요. 그러나 20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교사 1명이 맡는 점도 안심이 안되는 데다 안전시설도 홍콩보다 떨어졌습니다』 결국 강씨는 몇번 고민하다가 외국에서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고 돌아온 대부분의 주부들 처럼 아들을 자신이 돌보기로 했다고 씁쓸히 말했다.<염영남 기자>염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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