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서정 일구는 ‘섬진강 파수꾼’/전교생 15명 섬진강변 분교 교사… 86년엔 김수영문학상「섬진강」의 시인 김용택(49)씨는 궂은 속세의 냄새와 매운 도시의 공기를 피한채 여전히 강물 속에 발을 담그고 있다. 자연에 머물고 있는 그의 서정시는 그래서 깨끗하고 아름답다. 3일 김씨는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12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근작시 「사람들은 왜 모를까」 등 7편. 80년대 문제작 중의 하나였던 연작시 「섬진강」으로 86년 김수영문학상을 받은지 11년만에 받는 상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순리의 철학을 인정과 세태에 연결시켜 서정적으로 노래하면서, 소박한 정서와 경험의 진실성을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교사로 28년째 교단에 서고 있다. 직장은 전북 임실군 운암면 마암리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 댐으로 섬진강물을 막아 놓은 고장이다. 교사 3명, 전교생 수는 15명. 담임을 맡은 2학년과 5학년 학생은 모두 5명이다. 조회 등 격식이 필요없는 그곳에서 아이들과 공을 차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그의 편이 항상 이기고 진 편은 약올라 한다. 함께 공부하고 점심먹고 청소하고 뒷산에도 오른다. 하오 3시 학생들을 집에 보내고 나면 혼자만의 시간이다. 잡무를 마무리하고 시심에 잠기거나 책을 읽는다.
그는 농군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두세번 어머니가 혼자 지키고 있는 학교근처의 본가를 찾아 흙내음에 젖는다. 그가 말을 뒤틀고 꼬아서 괜한 멋을 내는 요즘 시의 유행을 좇지 않는 것은 땅이 가르쳐준 진리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7권의 시집을 냈다. 꾸준히 쉬지 않고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뒤안에 목단꽃이 피었습니다 햇살이 따가운 한낮이면 지치도록 활활 타오르다가 해진 저물녘이면 화려한 꽃잎들을 서럽도록 접습니다 두 눈을 꼭감고 따라가고 싶어요 그 서러운 나라에> (근작 시 중 「님의 나라」) 오늘도>
『내가 살아왔던 곳과 함께 살아왔던 사람들을 계속 그려왔습니다. 크게 보면 변화가 거의 없었죠. 앞으로도 언제나 그런 풍경 속에 살면서 그것을 시로 쓸 겁니다』
농촌총각이 그렇듯 김씨도 늦장가를 들어 민세(11) 민혜(10) 남매를 두었다. 늦게 이룬 가정이 재미있는지 86년 얼굴을 처음 세상에 알릴 때보다 한층 젊어 보인다. 부인(이은영씨) 덕분이냐는 질문에 너털웃음으로 대답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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