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은 국내외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드디어 지속적인 불황 앞에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가 판매부진으로 오는 8일부터 5일간 17년만에 처음으로 조업단축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것이다.재고 급증의 압박은 기아·대우·쌍용·아시아자동차 등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산부에 따르면 올해들어 3월말까지 내수판매는 30만6,0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가 감소했고 수출도 25만3,000여대로 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재고는 18만대에 이르러 적정재고량의 약 2배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총생산의 10%, 세수총액의 16%를 차지하고 있고 고용도 총취업인구의 8%인 150만명 선에 이르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가공스러운 파급영향으로 방치할 수가 없다.
그러나 자동차업체와 업계 자체가 먼저 자구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영합리화는 개별기업 자체가 단독으로 할 일이 있고, 동종기업들이 공동의 생존을 위해 협력해야 할 일이 있다. 이번 자동차산업 불황의 강도와 기간을 예측할 수 없으나 이번 위기를 이용,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을 전면 재편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자동차업계 가운데 한계기업이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들도 기업 흡수·합병(M&A)을 통해 정리돼야 할 것이다.
독일의 권위지인 디 벨트지가 한국자동차산업에 대한 특집기사에서 『2000년에는 한국업체 가운데 2개사만 살아남는다』고 예측한 바가 있다. 국내외의 자동차 전문가들 가운데 이러한 견해에 대한 동조자가 많다.
자동차불황은 업계 스스로가 자초했다고 볼 수도 있다. 우선 과잉 설비투자와 과당경쟁이 고질적인 문제다. 현대·기아·대우 등 3사의 국내생산 능력은 현재 350만대, 이것만으로도 세계 제5위 수준이다. 그런데 삼성이 우선 연산 24만대 규모로 짓고 있는 부산신호공장에서 오는 10월부터 생산하기 시작할 계획으로 있다. 또한 기존 3사가 해외생산을 현재의 70여만대에서 2000년까지 250여만대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국내시장은 이미 신규수요가 40%에 불과한 성숙된 시장이 돼있어 당분간은 연간수요가 280여만대 수준을 크게 상회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벌써 국내는 공급과잉에 들어간 것이다. 수출도 잉금상승, 엔저 등에 따라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데다가 기술의 낙후로 품질경쟁에도 뒤져 전망이 어둡다. 특히 해외시장 중복진출, 부품의 공유나 공동개발 거부 등이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정부에 소비진흥책으로 특소세인하, 배기가스규제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것으로 소비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과감한 경영개혁과 업계구조개편 등 본질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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