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숲속을 뛰는 어린이들/서화숙 네오라이프팀 차장(앞과 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숲속을 뛰는 어린이들/서화숙 네오라이프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4.04 00:00
0 0

두 딸이 다니는 성북초등학교에 뽕나무를 심으려 했던 적이 있다. 이 학교 후문 건너편에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누에치기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선잠단지가 있어 뽕나무숲이 우거져있다. 2월에 돌아가신 한창기씨를 지난 여름에 만났더니 원래 선잠단지 터가 성북초등학교에까지 이어질 정도로 넓었다면서 이 학교에서 허락만 해준다면 지인들과 뽕나무를 직접 심겠다고 제안했다. 학교에 뽕나무숲이 생기면 역사를 일깨울 수 있고 어린이들은 그늘에서 쉬며 오디도 따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 그분 생각이었다. 하지만 학교 반응이 뜨악해서 성사되지는 못했다.요즘 초등학교를 가보면 어린이들이 운동장에서 뛸 때마다 흙먼지가 춤을 추는 것을 볼 수 있다. 황사현상이 심하고 봄바람이 몹시 불어서인지 다른 때보다 그 정도가 더하다. 사람이 호흡을 통해 하루에 먹는 흙은 100㎎정도. 이런 운동장에서 뛰놀면 그 양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토양이 중금속에 오염되어 어린이들이 먹는 것은 비단 흙만이 아니다. 만일 학교 운동장에 숲이 있다면 산소와 적당한 습도를 제공해서 이같은 현상을 조금이나마 막아줄 수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이 지금처럼 황량한 모습이 된 것은 일제때 시작된 국민조회 때문이다. 온 국민을 군인으로 만들겠다는 군국주의 전통이 없는 나라의 초등학교 건물은 대개 숲에 둘러싸여 있거나 아담한 운동장이 고작이다. 우리나라도 초등학생 수가 줄고 학교에 강당과 방송시설이 갖춰지면서 운동장 조회는 거의 사라졌지만 먼지 날리는 운동장만은 일제의 잔재로 여전히 남아있다. 이때문에 체육시간이 오히려 오염된 공기를 마셔 건강을 해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마침 유한킴벌리사가 「학교 숲 가꾸기 운동」을 시작했다. 올해 신청을 받아 내년 봄에 50개 학교에 100그루씩의 묘목을 심을 예정이라고 한다. 살구나무 감나무 산벚나무 느티나무 등 듣기만 해도 싱그러운 나무들이 모두 들어있다. 학교에 숲이 생기면 풀과 곤충들이 기대어 살고 새들이 찾아온다. 숲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는 맑은 산소를 마시고, 새소리를 듣고 나무를 타고 오르며 하늘도 더 많이 보게 된다. 관심있는 학부모라면 당장 올해 식목주간부터 학교 운동장을 챙겨보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