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물 흐르듯 지나며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 두 나라는 옛날부터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문화배경에서 비슷한 점이 적지 않지만 다른 것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신앙을 놓고 볼 때 그렇다.한국에 오기 전에 나는 어떤 종교도 접촉해본 일이 없다. 그러나 한국에 온 뒤 얼마 되지 않아 대학 캠퍼스나 지하철안에서 전도사들의 열의에 찬 얼굴을 많이 보았다.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 자신의 종교를 전도하려 애쓰는 모습에 나는 깊은 호기심을 느꼈다.
서울의 야경을 구경하러 나갔다가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반짝거리는 수많은 십자가들을 보았을 때도 참 신기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지하철을 타고 깜박 졸다가 어떤 남자가 찬송가를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깼다. 옆에 앉아 있던 한 아주머니도 따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 남자는 5분쯤 설교를 하더니 다음 칸으로 건너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경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바라보았더니 회색 가사를 입은 스님의 인자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바로 그 때 한 할머니는 스님을 쫓아가서 1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드렸다. 짧은 시간에 내 눈앞에서 일어난 이 일들은 한국의 종교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난해 11월 경주 불국사에 다녀왔다. 그곳에 가기 전에는 그저 기독교가 한국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김영삼 대통령까지 기독교 신자라고 들었다.
불국사에서 불교도들의 경건한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불교가 아직까지 한국의 제1종교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더욱 놀랐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서울 여의도에 자리잡고 있지만 한국에는 불교 도교, 그리고 무속신앙 등 여러 종교가 어울려 병존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종교의 백화제방의 나라」라고 할만하다.
한편으로 종교의 다양화는 한국의 자유화 민주화의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가 없는 나라에서는 완전한 종교의 자유를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좋지만 맹목적으로 어느 종교에 빠지거나 하는 일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소훈지·고려대 국제대학원생·중국인>소훈지·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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