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아브릴 ‘창녀’ 열연/페미니즘+갱스터 영화스페인 여배우 빅토리아 아브릴(38). 미인도, 그렇다고 젊지도 않다. 그러나 그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배우다. 그가 최고의 감독 알마도바르와 손잡고 만든 영화들(약속의 살라망카·아만테스·키카)은 스페인 영화의 존재를 세계에 알려왔다.
하층사회에 거리낌 없이 뛰어들어 욕망이나 삶을 표현하는 그의 모습에는 스페인 여성 특유의 정열과 미덕이 있다. 그가 이번에는 창녀 「글로리아 두케」(11일 개봉)가 돼 비천한 스페인 여자의 현실과 아픔과 희망을 다시 한번 더듬는다.
좌파성향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신인 어거스틴 디아즈 야네스(47) 감독은 개인의 타락은 주변 환경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난이 문제다. 글로리아도 투우사였던 남편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면서 알코올 중독환자에다 창녀가 됐다. 사건은 멕시코에서 마피아 에두아르도(페데리코 펠리)일당과 부패한 미국경찰이 서로 죽고 죽이는 와중에 돈세탁 장소가 적힌 수첩을 글로리아가 갖고 나오면서 시작된다.
멕시코에서 추방당해 스페인으로 돌아온 그에게 유일하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사람은 아이들 과외로 생계를 꾸려가는 시어머니 훌리아(필라 바르뎀). 험한 세상을 강하게 살도록 용기를 준다. 그러나 가난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글로리아는 용기를 내 수첩에 적힌 곳에 잠입해 마피아의 돈을 훔치려다 실패한다. 발버둥치지만 초라한 학력(중학 중퇴), 그를 성적대상으로만 대하려는 남성들의 시선이 그의 취직을 가로 막는다.
그런 그를 에두아르도가 추격한다. 그러나 글로리아는 죽지않고 살아서 트럭운전을 하며, 검정고시 시험에도 응시하는 희망을 보여준다. 대신 딸의 병이 계기가 돼 갑자기 살인에 대한 죄의식을 갖게 된 에두아르도가 동료에게 살해 당하고, 훌리아도 희망이 있다고 믿는 며느리의 짐을 덜어주려 식물인간인 아들과 함께 자살한다.
감독은 빈부격차의 비판적 시각을 페미니즘과 피가 튀는 갱스터 영화와 접목시켰다. 빠르고 과감한 영상, 사회를 냉정하게 꿰뚫어보는 드라마, 등장인물의 배치에는 짜임새가 있다. 스페인 고야상 9개 부문 수상작. 원제는 「우리가 죽어도 아무도 우리에 관해 말하지 않을 것이다」. 빅토리아는 페미니즘적 성격이 강한 이 영화로 95년 산 세바스찬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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