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론업체들 “실사결과 믿기 어렵다” 난색/자금지원 등 획기적 조건땐 특혜시비 소지한보철강 위탁경영진이 당진제철소를 제3자에게 조기매각키로 방침을 굳힌 가운데 몇몇 업체들이 인수의사를 타진하고 나서 한보철강의 향후 처리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인천제철과 동국제강 동부제강 강원산업 등 4개 업체는 한보철강 처리방향이 제3자인수쪽으로 선회하자 최근 한보철강 위탁경영진에게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에서도 포철이 독점하고 있는 고로방식의 철강생산을 위해 일관제철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온 현대그룹 계열의 인천제철은 단독으로라도 인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나머지 업체들은 공동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인천제철은 한보철강의 부도이후 당진제철소의 코렉스 등 채산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설비를 헐어내고 고로설비를 짓는 방안을 자체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일관제철사업 허용 등의 획기적인 조건만 내놓으면 의외로 급진전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3자인수가 조기에 일단락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들 인수의향업체들은 위탁경영진의 실사결과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며 상당한 정도의 「반대급부」가 없는 한 한보철강인수가 실속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탁경영진은 코렉스를 비롯한 당진제철소 설비에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고, 완공될 경우 투자수익률이 전기로업체의 평균수익률(7.18%)과 비슷한 7.05%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업체들의 입장은 딴판이다. 우선 세계에서 3번째로 건설되는 코렉스설비는 검증이 되지 않은 시험단계의 공법으로 경제성이 불투명하고 대형화도 힘들어 채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렉스설비는 톤당 생산비가 포철이 채택하고 있는 전통적인 공법인 고로방식보다 6만원이 더 들어 코렉스에서만도 연간 9백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이미 완공된 A지구의 열연공장(연산 2백만톤)도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적자경영을 면치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보철강은 실제로 95년에는 1백72억원, 지난해 상반기에는 8백99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체들은 이에따라 당진제철소의 여러 「핸디캡」을 만회하고 정상가동을 통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한보철강의 부채에 대한 장기분할상환, 파격적인 이자감면, 자금지원 등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측과 채권은행단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이같은 요구를 전폭 수용하기는 어렵다. 이를 수용할 경우 채권은행의 부실이 우려되고 특혜시비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당진제철소의 조기정상화를 위해 일부 인프라시설 등을 국고로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이 비용부담은 국민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시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같은 부작용때문에 국가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한보철강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는 데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딜레마가 있다.
결국 한보철강의 제3자인수는 인수의향업체, 채권은행단, 정부 등 3자가 특혜시비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묘수를 어떻게 찾아내느냐에 따라 성사여부와 그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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