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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중씨 소환 왜 늦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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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중씨 소환 왜 늦나(사설)

입력
1997.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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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여야 영수회담 합의사항에 한보사태에 관한 모든 진상을 밝힌다는 것이 들어있다. 동시에 발표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호소문에는 오늘의 경제난이 국민 사이에 만연된 불신풍조와 이로인한 민심의 동요 때문이니 「모든 현안문제」에 관한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말도 들어있다.한보사건 재수사는 물론,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들에 관한 검찰수사에 또 한번 기대를 갖게 하는 말들이다. 그러나 검찰의 움직임은 그리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고, 국회 국정조사 활동도 맥이 빠진 것같다.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 일가의 재산을 압류한 조치와, 그의 3남을 횡령혐의로 구속한 것 말고는 재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

김현철씨 국정개입 관련 수사는 더욱 소걸음이다. 그의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 포착을 위해 주변수사부터 한걸음씩 접근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대리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박태중씨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이 있은지 열흘이 넘도록 수사에 별 진전이 없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왜 그를 불러 조사하지 않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별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아직 소환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소환단계란 무엇인가. 검찰이 박씨 자택 압수수색영장에서 밝힌 2,000억원 리베이트설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그의 소환은 서둘렀어야 했다. 92년 대선이후 엄청나게 불어난 재산을 둘러싼 의혹을 시작으로, 93년초 본인과 가족 등의 은행계좌에서 132억원이 인출된 사실 등 객관적 사실에 관한 의혹들을 차례차례 밝혀 나가려면 더이상 증거인멸의 시간을 주어서는 안된다.

자신의 말대로 93년까지 17평 아파트 한채가 전재산이었다는 그가 어떻게 그 많은 재산을 갖게 됐으며, 어떻게 몇년 사이 재벌에 버금가는 기업군을 거느리게 됐는지, 250억원이 거래된 모 종합금융사의 비계좌가 있다는 보도는 사실인지…. 이런 의혹들을 샅샅이 밝혀내겠다면서 언제까지 주변수사만 할 것인가.

청와대 영수회담 합의사항에는 한보사태가 더 이상 경제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도 들어있다. 이 말이 보도되자 시중에는 3김이 경제논리를 앞세워 서로 거북해지는 일이 없도록 현안문제를 덮어버리기로 한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 말은 소걸음같은 수사속도로 보아 김현철씨 사법처리는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쑥덕거림과 맞물려 또 다른 불신과 의혹을 키워갈 수 있다.

경제를 살리기에 여야 정상들이 뜻을 모아 모처럼 화합분위기가 싹터 가고 있다. 검찰은 온 국민이 가위눌린 한보정국 김현철정국에서 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수사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살리기로 돌아서는 시간도 짧아진다. 그런 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검찰의 새로운 소임임을 인식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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