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시대에 필요한 사람/채서일 고려대 교수·경영학(한국논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시대에 필요한 사람/채서일 고려대 교수·경영학(한국논단)

입력
1997.04.03 00:00
0 0

◎현난국을 풀려면 문제는 결국 사람/정직과 행동만이 이 사회를 바꾼다요즘 신문 방송을 보고 있으면 몹시 우울해진다. 뇌물과 압력에 굴복하여 비정상적인 대출을 해준 은행, 은행에 대출압력을 가한 정치인, 정치인에게 뇌물을 준 기업인 등등.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좋지않아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이러한 추문 때문에 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의욕이 크게 꺾였다.

또한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은 국내 은행들의 신용도를 한등급씩 낮추었고 엊그제 발표된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몇등급 내려앉고 말았다. 탄식이 흘러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탄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탄식이 탄식으로 끝나면 자칫 체념과 비관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에게는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고민이 더 절실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난국을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다시금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백가쟁명식의 다양한 해결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그 무엇보다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사실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많은 문제는 그것을 방지할 장치가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제대로 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제 본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의 덕목은 무엇인가. 해답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정직한 사람이 필요하다. 한보사태만 해도 그렇다. 본질적으로 이 사건은 정직하지 못한 기업가가 정직하지 못한 정치가와 은행장과 유착되어 무리한 경영을 밀어붙이다가 발생한 사태이다. 정직한 경영자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주주와 종업원, 그리고 넓게는 기업이 속한 사회 전체의 공익을 먼저 고려한다.

따라서 부정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지도 않고, 자신의 능력을 넘는 무리한 사업을 하지도 않는다.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량기업중의 하나인 존슨 앤 존슨사는 자사의 타이레놀에 유독성 물질이 들어있다는 소문이 나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전량수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공식 견해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비용손실을 감수하며 모두 수거하였다.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약품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의 정직성이야말로 소비자의 신뢰를 담보하는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취한 조치였다. 이 사건이후 타이레놀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증가하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최근의 신문 방송 보도를 통해서도 밝혀졌듯이 한보사태도 사전에 그 조짐이 여러 차례 감지되었다. 은행장, 고위관리, 국회의원들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소임을 적극적으로 다했다면 아마도 상황은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엘리트이고 사태의 본질과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몰라서 못한 것이라면 문제가 덜 되겠으나(물론 모르고 있다는 것 자체도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나), 더 큰 문제는 어느 누구도 사태방지나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행동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고 한다. 고귀한 신분에 그에 따르는 의무(Noblesse Oblige)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와서 정직이니 행동이니 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을 되뇌는 것이, 어쩌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한 시점이 고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점이 아닌가. 지금부터라도 정직한 사람, 행동하는 사람을 양성하고 그들을 지도자로 삼을 줄 아는 지혜를 갖춘다면 최소한 소를 또 한번 잃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