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0년을 주기로 찾아오는 헤일―밥혜성이 지구와 근접해 밝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 12일까지는 서북쪽 하늘에서 육안으로도 관측할 수 있다.혜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에는 불길한 별로 꼽혀왔다. 고대 역사기록을 보면 그리스에서는 「공포의 별」, 중국에서는 「망국의 별」로 불렸다.
혜성이 나타날 때마다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고대 앗시리아는 혜성 출현 7년전인 기원전 612년에 멸망했고 로마의 네로황제가 기독교박해를 시작한 66년은 혜성 출현 2년전이었다. 게르만족은 혜성 출현 1년뒤인 375년에 대이동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혜성의 출현을 「옛것은 사라지고 새것이 등장하는」(제구포신) 조짐으로 해석했다. 역성혁명의 전조로 보아온 것이다. 또한 장보고와 남이장군, 사육신은 혜성 출현때 사망했다.
미국에서는 헤일―밥 혜성의 출현에 맞춰 집단자살사건이 일어났다. 사이비종교집단인 「천국의 문」(Heaven’s Gate) 신도 39명이 진정제를 넣은 음식과 보드카를 먹고 차례로 지구를 떠나 「휴거」한 것이다. 이들은 혜성뒤에 따라오는 미확인비행물체(UFO)를 타고 천국에 간다고 믿었다.
혜성출현 때문인가. 한반도사정이 좋지만은 않다. 남북한 모두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북한은 식량사정이 크게 악화해 주민이 굶주리고 있으며 남한에서는 계속되는 경기침체에다 「소산파동」마저 겹쳐 정권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조선조까지만 해도 이런 현상을 일컬어 「재이」라고 했다. 임금들은 재이가 있으면 사직단에서 국태민안을 빌면서 자신의 부덕을 탓했다. 조선조에 재이가 가장 많았던 시절은 세종대왕때였다. 그만큼 스스로 조심했다는 얘기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정치지도자들이 정치를 하고, 가장이 집을 다스리고, 개인이 처신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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