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선택… 독신도 괜찮아”/“적령기란 없다” 30대 미혼남녀 급증/계약·연하결혼 등 부부형태도 달라져/여성의 고학력화·사회참여가 주요인/성의식도 개방적… 거리낌없이 표현대기업의 영업부 직원 정모(35)씨. 경기 일산의 7.5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하며 서울로 출퇴근한다. 그는 『결혼의 필요성을 아직 못느끼는 데다, 혼자있는 게 너무 편해 독신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님의 성화가 대단한데다, 「위험인물」 취급하는 직장 선배들의 눈초리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30대 동료나 최근 입사한 후배들만 해도 자신의 독신생활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독신생활의 어려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젊은 만큼 성에 대한 욕구가 왕성한데, 해결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미국식의 동거를 생각해 본 적도 있으나 기성세대의 눈길이 무서워 포기했다. 요즘은 부담없이 사귀는 몇몇 여자친구들과 부정기적으로 만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체험수기 형식의 「혼자 살면 뭐가 좋은데」라는 책을 펴낸 자유기고가 손주희(34·여)씨도 자신의 일과 혼자만의 생활을 방해받기 싫어 독신으로 살고 있다고 말한다. 책을 쓰기위해 30명의 독신여성을 만났다는 그는 『소극적으로 결혼을 유보한 게 아니라 「적극적인 삶의 형태」로서 독신을 선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도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독신층이 큰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30대 독신층의 비율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를 넘긴 30대 미혼남자의 비율은 95년의 경우 13%로 90년 9.5%보다 3.5%포인트 늘었다. 30대 여성의 미혼자 비율도 90년 4.1%에서 95년 4.8%로 증가했다. 이는 「모래시계 세대」로 불리는 60년대 출생세대의 결혼관이 기성세대와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30대 여성의 미혼비율이 급증한 것은 여성의 사회참여와 취업이 활발해진데다, 여성의 고학력화 현상에 따라 「공부하는 여성」이 많아진게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사회적인 지위와 안정감을 위해」, 「2세를 얻기 위해」, 「결혼할 나이가 됐으니 결혼한다」는 기성세대의 결혼관은 30대에게는 더 이상 공감을 얻지 못한다. 기존의 결혼적령기에 구애받지 않고 결혼의 필요성을 느껴야, 자신과 맞는 사람을 만나야 결혼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이다.
신경정신과전문의 정동철(61) 박사는 『40대 이후의 기성세대는 결혼을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요즘의 30대는 돈 학벌 외모 등의 조건이 맞는다면 결혼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편의주의적인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런 결혼관은 만혼과 독신층의 확대뿐 아니라 계약결혼, 결혼연령의 파괴 등 새로운 부부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이같은 유형이 30대의 주류는 아니지만,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30대가 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서울시내 종합병원의 전문의 박모(32·여)씨는 공부에 쫓겨 정신없이 생활하다 보니 훌쩍 30세를 넘겼다. 더 늦기 전에 결혼하려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는 동갑이나 선배 의사들이 대부분 결혼한 뒤였다. 그는 요즘 연하의 레지던트들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올해 신랑감으로 소개받은 3명의 남성중 2명이 그녀보다 한 살, 혹은 두 살 아래였다. 그녀는 『여의사들 중에는 한두 살 어린 연하의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의사 사회에서 별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며 『결혼하는데 나이가 문제되던 시대는 지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30대는 개방적인 애정관 만큼이나 성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성에 관한 고민의 종류는 성기능장애 피임 성병 등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기성세대와 전혀 다르다. 스스럼없이 비뇨기과를 찾아 치료하며, 자신의 고민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놓고 해결책을 구한다. 성을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첫 세대인 것이다.
「성의 세계」라는 PC통신 성상담실의 기획자 최경희(31·여)씨는 『40대 이후 세대는 자신의 성 문제를 최대한 숨기면서 간접화법으로 도움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30대는 모두 「테크니션」이 되려는지 온갖 직설적인 질문을 쏟아낸다』면서 너무 적나라한 질문들이 많아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결혼 3∼4년이 지난 30대 부부들의 성문제를 주로 다루는 케이블TV의 토크쇼는 이들의 개방적인 성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배우자의 성적 매력, 섹스와 질병, 임신중의 성생활, 성감대, 체위 등 기성세대가 말만 들어도 얼굴을 붉힐 주제에 대해 거리낌없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한다. 거리에서 마이크를 갖다대도 쑥스러운 표정없이 남편 이외의 남성에게 성적충동을 느껴봤다고 토로한다. 부부간의 성관계에서도 좋고 싫음을 명확히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부간이라도 성관계를 맺기 싫으면 「노(NO)」라고 대답하는 비율이 30대의 경우 남편 17%, 아내 22.5%로 나타났다.
최경희씨는 『성 자체에 탐닉하는 신세대는 사랑없는 섹스가 가능하며, 40대이후는 성보다는 사랑을 우선시한다. 반면 30대는 성이 사랑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정동철 박사는 『기성세대는 경제력만으로 여성을 복종시킬 수 있었으나 30대는 성적인 면에서도 상대를 만족시켜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박사는 『성적으로도 완전한 작품을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Performance Anxiety)과 제대로 안되면 어쩌나 하는 예기불안이 「고개숙인 30대」를 양산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는 여성의 활발한 경제활동과 사회참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진단했다.<고재학 기자>고재학>
◎30대의 결혼관/외모·경제력 가장 중시/“맞벌이 아내·여가있는 남편이 좋아”
30대는 배우자선택에 있어 외모와 경제력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이전세대와 달리 배우자선택기준이 매우 실용적이며 주관 또한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결혼관은 아직 보수적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주)듀오 등 결혼정보회사 상담원들에 따르면 30대가 가장 중요한 배우자선택의 기준으로 꼽는 것은 외모. 아예 특정 연예인을 들이대며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요구해 상담원들을 당황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들의 신랑감은 외모 중에서도 키가 절대적이다. 『키 175㎝이상은 되야 할텐데』라는 말을 시작으로 신랑감을 찾는 여성들이 대다수다.
경제력도 빼놓을 수 없는 선택기준중의 하나. 30대 남성들은 맞벌이가 가능한 여성을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혼자 벌어서는 도저히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 30대 남성들의 현실인식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경제력과 함께 여가를 중시한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더라도 함께 여가를 즐길 시간이 없는 남편이라면 「노 댕큐(No Thank You)」. 공인회계사나 프리랜서와 같이 시간 여유가 많은 직업을 가진 남성들이 결혼상담소에서 선호도 1위다.
그러나 이같은 결혼기준의 이면에는 여전히 보수적인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순종하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선호는 지금도 높다. 듀오 상담원 손혜경(28)씨는 『남녀 모두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을 선호하는 20대 결혼 예비주자들과 달리 30대 남성들은 다소곳한 여성, 여성들은 성실한 남성을 이상적인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외모 경제력이 중요한 변수이지만 기본전제는 역시 성격』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이동훈>
◎30대의 성병/비임균성요도염 48% 최고
30대의 성병감염률은 어느 정도일까. 서울의 11개 보건소가 최근 3년동안 성병으로 보건소를 찾은 환자 1만302명을 조사한 결과,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성병감염률이 가장 높았다.
조사결과 25∼34세가 42.4%(4,340명)로 가장 많았고, 16∼24세가 33.0%(3,398명), 35∼44세가 14.4%(1,479명), 45∼54세가 7.5%(774명), 55∼64세가 2.4%(244명) 등의 순이었다. 성병환자의 평균연령은 30.6세였다.
성병의 종류는 비임균성요도염이 48.3%(4,973명)로 1위였다. 이어 △임질 21.8%(2,292명) △매독 19.8%(2,036명) △질염 9.3%(950명) △매독과 비임균성요도염 동시감염 0.5%(50명) △매독과 임질 동시감염 0.3%(27명)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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