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없으면 즉시 심폐소생술/부러진 다리 관절 고정되게 부목/출혈때 팔·다리 묶으면 더 위험가족단위의 야외나들이가 잦은 계절이다. 야외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대부분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 때는 다음과 같은 응급처치요령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하도록 하자.
사고로 의식을 잃은 경우에는 환자가 호흡할 수 있도록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우선 주위의 도움을 요청, 119나 129로 응급환자의 발생을 신고한 뒤 현장에서 필요한 응급처치를 직접 시행한다. 환자가 위급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운반하면 상태가 더욱 악화할 수 있으므로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하면서 구급차의 도착을 기다리는 게 바람직하다.
환자가 정상적인 호흡을 하고 있으면 환자를 움직이지 않고 계속 관찰한다. 그러나 호흡이 거칠거나 끊어졌다고 판단되면 환자의 척추가 일직선이 되도록 유지하면서 반듯이 눕힌다. 이어 책 방석 모포 등을 환자의 머리 양옆에 위치시켜 목을 반듯이 고정하고, 입을 열어 이물질(구토물 타액 혈액 등)을 손가락으로 훑어낸다. 호흡이 전혀 없으면 즉시 심폐소생술로 인공호흡과 흉부압박을 시행한다. 가능하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의식이 명료한 환자의 경우 환자가 호소하는 주요 증상에 대해 응급처치를 하도록 한다. 그러나 가능하면 구급차의 도착을 기다렸다가 전문요원들의 응급처치를 받는 게 좋다. 출혈이 심한 경우 출혈부위에 깨끗한 수건을 대고 손바닥으로 20분이상 힘껏 눌러주면서 병원으로 옮긴다. 이 때 환자를 바로 눕히고 다리를 지면에서 30∼50㎝가량 높여야 한다. 끈이나 혁대로 팔·다리를 묶는 것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화상을 입었을 때는 의복을 제거하지 말고, 노출된 화상부위를 깨끗한 수건으로 덮은 뒤 병원으로 옮긴다. 간장 된장 술 등을 상처에 바르면 감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장에서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좋다. 다만 화상부위가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경우 흐르는 수돗물로 상처를 씻어주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사고로 팔·다리에 심한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고 임시 부목을 이용, 손상부위를 고정해야 한다. 임시부목으로는 길게 말은 신문지, 나무 판자, 접은 야외돗자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 다친 부위의 양쪽 관절이 모두 고정되도록 부목을 길게 대주는 게 중요하다.
낙상 등으로 척추가 골절돼 신경이 마비된 경우에는 환자를 절대 움직이지 말고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물질이 눈에 들어갔을 때는 눈을 비비지 말고, 흐르는 수돗물에 눈을 대고 충분히 세척한다. 그래도 제거되지 않으면 손수건으로 양쪽 눈을 가린채 병원에 가도록 한다. 눈을 가리면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을 방지, 이물에 의한 각막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임경수 울산대 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응급의학과장>임경수>
◎가정내 어린이 사고/이물질로 질식때등 힘껏 두드려 제거/세제 마신 경우우유·물 먹인후 이송/화상 입었으면물집 터뜨리면 안돼
가정에서 어린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사고중의 하나는 이물질에 의한 기도의 폐쇄(질식사고)이다. 이 때는 아이를 한쪽 팔위에 엎드리게 한 후 다른 손으로 아이의 등을 여러 번 힘껏 내리쳐 이물질이 외부로 배출되도록 한다.
일반적인 출혈의 경우 부상당한 곳을 직접 눌러주는 게 가장 좋은 지혈법이다. 살균된 거즈나 패드가 있으면 이를 사용하고, 없을 경우 생리대나 깨끗한 손수건을 이용하면 된다. 아무 것도 없으면 맨손을 이용한다. 팔·다리에 출혈이 있으면 팔이나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해 피가 흐르는 것을 늦출 수 있다.
화상으로 물집이 생긴 경우에는 물집을 터뜨리지 말고, 크림이나 연고도 바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피부의 전층이 손상된 3도화상의 경우 화상부위의 옷이나 천을 제거하지 말고, 더러운 물건이나 먼지가 화상부위에 닿지 않게 주의하면서 병원으로 옮긴다.
아기가 있는 가정에서는 감전이 안되게 콘센트와 플러그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전기기구나 전깃줄을 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 1.5∼3세의 아기들은 눈에 보이는 물건을 함부로 집어 먹는 경우가 흔하다. 샴푸 비누 화장품 등은 독성이 거의 없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나 의약품 살충제 빙초산 화장실세척제 등은 중독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어린이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 두어야 한다.
만일 조직을 부식시키는 빙초산이나 알칼리성 세척제를 마신 경우에는 토하게 하지 말고, 즉시 우유나 물을 한 컵정도 먹인 후 병원으로 이송한다.
응급상황은 신속히 대처해야 하나 그렇다고 침착함과 냉정을 잃어서는 안된다. 차근차근 순서대로 행동하되 급박한 상황이면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119구급대에 연락하도록 한다.<김성중 서울중앙병원 응급의학과>김성중>
◎교통사고가 나면 평평한 곳에 눕혀 호흡 확인/목 다쳤으면 일직선 유지를
봄철에는 야외활동 및 행사가 증가, 차량을 이용한 이동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 때 들뜬 분위기에 젖어 안전운전을 소홀히 하면 대형사고를 당하기 쉽다. 교통사고는 사고후 처치도 중요하지만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최선이다.
교통사고의 원인은 차량과 도로, 운전자 등 다양하다. 운전자는 매일의 일상적인 차량검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엔진오일 브레이크오일 냉각수는 충분한 지, 팬벨트의 장력이나 바퀴압력이 적당한 지, 윈도 브러시의 기능에는 이상이 없는지, 바퀴는 마모되지 않았는지 등을 출발전에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자동차의 밑바닥을 청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처음 가는 길은 익숙하지 않으므로 도로표지판을 눈여겨 보고, 날씨에 따른 도로변화에 맞게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 출발전에는 자신의 몸에 알맞게 좌석을 조정하고, 운전에 방해되지 않도록 운전계기판 주위를 정리한다. 특히 어린이는 뒷좌석에 태우는 게 안전하다. 장거리 운행때는 시간을 정해 차밖으로 나와서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어주는 게 좋다. 또 히터나 에어컨을 장시간 작동하지 말고, 수시로 창문을 열어 환기해야 한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119나 129, 경찰에 빨리 연락하고 응급환자는 빠른 처치후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 그러나 차안의 환자를 밖으로 끌어내는 것만이 급선무는 아니다. 우선 환자의 손상부위를 살핀 뒤 만일 목이나 척추를 다쳤으면 반드시 목과 척추를 일직선으로 유지하면서 밖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척추손상에 의한 마비 등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뼈가 부러진 것으로 의심되면 그 부위를 잘 고정해야 한다. 일단 밖으로 환자를 꺼냈으면 평평한 바닥에 눕힌 다음 척추를 고정하고 기도를 유지한다. 이어 호흡이 있는지를 확인해 필요하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송근정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송근정>
◎올바른 응급실 이용법/만성·경미증상은 외래 이용을
요즘 건강상의 문제, 특히 위급상황에서 신속하고도 적절한 응급처치로 생명을 보존하고 심신의 고통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게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응급실을 포함한 응급의료체계는 아직도 미흡한 게 현실이다. 의료기관과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실제 응급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해와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응급실이란 말 그대로 응급환자가 처치를 받는 곳인데도 외래진료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며 응급실을 찾는 비응급환자들이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소화불량으로 내과의원에서 위내시경검사를 받은 후 위암일지 모르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에 급히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와 입원을 요구하는 경우이다. 물론 암이라면 빠른 시일내에 수술이나 항암제 투여 등 전문치료를 받는 게 좋다. 그러나 암은 수시간내에 응급처치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길 정도로 급히 진행되는 병이 아니다. 또 암환자에게는 응급처치라 할만한 것도 없으므로, 조금 늦더라도 외래를 통한 입원진료를 받아야 한다.
인근 개인의원이나 중소병원에 경험이 훨씬 많은 전문의가 있는데도 경미한 증상으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으면 본인도 불편하고, 정작 빠른 응급처치를 받아야 할 환자가 뒤로 밀려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가까운 의원이나 중소병원 응급실을 먼저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환자의 이송이나 후송과 관련된 문제도 적지 않다. 특히 교통사고 환자의 경우 인근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후 그곳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큰 병원으로 옮기려 하거나 중환자실 처치, 응급수술등이 필요한 중증환자를 후송병원의 사정을 고려치 않고 옮겼다가 병실이 없어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환자의 불편은 물론,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길 필요성이 있으면 처음 진료를 담당했던 의사와 상의, 적절한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사전에 연락을 취한 다음 후송해야 한다.
일선 소방서에서 운영하는 119구급대는 응급환자, 특히 사고로 인한 응급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서울시내의 경우 도움을 요청하면 5분내에 현장에 도착, 현장에서의 응급처치와 함께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 준다.<정연권 성균관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정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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