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존재 증거 싣고 영구항해72년 미국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를 출발한 우주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가 25년만에 「지구인을 위한」 임무수행을 끝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31일 태양계를 벗어나 지구로부터 약 1조㎞ 떨어진 곳을 시속 4만5,000㎞로 항해하고 있는 파이어니어 10호로부터 송신을 받은 것을 끝으로 파이어니어 10호 계획의 종지부를 찍었다. 파이어니어 10호에 탑재한 11개의 측정기구중 이미 10개가 작동불능인데다 금년말께가 되면 그나마 무선송신을 위한 동력이 바닥나버려 더이상 지구로 신호를 보내올 수 없기때문이다.
인간의 모습과 태양계의 지도, 그리고 지구인의 메시지를 새긴 알루미늄판을 싣고 지구를 떠난 파이어니어 10호는 83년 우주탐사선으로서는 처음으로 태양계를 벗어나는 기록을 세웠다. 파이어니어 10호는 발사된지 11시간만에 72년 3월2일 달을 지나쳤고 3개월 뒤에는 화성의 궤도를 스쳐갔다.
1년4개월뒤에는 모래알만한 크기에서부터 알래스카만한 크기의 소행성들로 이루어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를 무사히 통과, NASA관계자들을 기쁘게 했다. 파이어니어 10호는 73년 12월 목성에 근접, 목성이 가스와 액체로 된 행성임을 증명하는 사진을 보내오는 등 과학적 업적을 남겼다. 이어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등의 궤도를 차례로 지나면서 태양으로부터 뿜어져나오는 태양풍, 태양계 밖에서 들어오는 우주선 등에 대한 정보를 지구로 보내왔다.
지구와의 연락은 두절됐지만 파이어니어 10호는 아직도 마지막 임무가 남아있다. 태양계 밖으로 항해를 계속하면서 지능을 가진 외계 생물체를 만날 경우 탑재하고 있는 알루미늄판을 그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인류의 존재를 알리는 임무이다.
현재 속도로 항해를 계속하면 3만2,000년뒤 파이어니어 10호는 지구로부터 가장 가까운 별인 황소자리의 적색 왜성 「로스 248」에 도달하게 된다. 50억년 뒤 태양이 식어버리고 지구가 사라져버렸을 때도 파이어니어 10호는 언젠가 지구에 지능이 발달한 생물체가 살았었다는 증거를 싣고 은하계 우주를 항해하고 있을 것이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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