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용 뺀 1조는 어디갔나/로비자금 등 사용의혹 점차 “실체화”/2천억 리베이트도 설만은 아닐듯한보철강이 당진제철소를 지으면서 빼돌린 비자금의 「몸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한보철강 위탁경영진의 당진제철소 실사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무려 1조5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투자비의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실사결과를 보면 한보측이 지난해말까지 투자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4조9천7백60억원에 이르는 장부상의 투자비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 빌린 천문학적인 돈이 투자비로 쓰이지 않고 로비자금 등에 사용됐다는 그동안의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위탁경영진의 실사결과에 따르면 당진제철소를 최종 완공할 경우 총자산가치는 5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제철소를 완공하기 위해서는 1조6천억원이 더 필요하다. 이에따라 당진제철소에 실제로 투자된 액수는 3조4천억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투자비는 한보측이 주장해온 4조9천7백60억원과는 무려 1조5천7백60억원의 차이가 난다. 1조5천억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 당진제철소 건설에는 쓰이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탁경영진은 포철의 간부였던 철강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이번 실사결과는 당진제철소 투자비의 흑막을 사실 그대로 벗겨낸 것으로 평가된다.
1조5천억원이 넘는 차액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현재로서는 분명치 않다. 검찰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면 유용자금의 정확한 사용처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보그룹이 당진제철소를 건설하기 시작한 이후 보인 무분별한 사업확장, 정치권 등에 대한 무차별적인 로비 등의 행태로 미루어 1조5천억원이 넘는 거금의 사용처를 어림짐작은 할 수 있다.
우선 빼돌려진 자금이 모두 「엉뚱한 곳」에 쓰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는 제철소건설과정에서 설계변경 등에 따른 추가건설비용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금융비용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용도로 사용된 자금은 5천억원을 넘지않는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약 1조원정도가 로비자금과 몸집불리기에 사용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한보그룹은 당진제철소를 짓기 시작한 이후 유원건설 등 10여개의 계열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했고, 그때마다 자금출처에 대한 의혹이 일었다. 한보그룹과 정태수씨는 그때마다 「대단하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한보그룹은 지난해에는 수억달러를 들여 시베리아가스전사업에까지 진출했으나 자금출처는 베일에 가려있었다.
한보그룹의 무차별적인 사업확장은 당진제철소에서 자금을 빼돌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보측의 주장과 실제투자액과의 차액이 1조5천억원을 넘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김현철씨에게 2천억원의 리베이트가 제공됐다는 설이 설만은 아니다라는 의혹을 다시 불러 일으키고 있다.
또 비자금의 규모가 예상을 초월함에 따라 정치권에 대한 로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검찰수사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에서 나돌았던 1조원 비자금유용설의 실체가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며 『비자금이 사용된 곳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한보사태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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