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19년의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1차세계대전으로 기진맥진한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이었다. 인플루엔자는 많은 환자와 사망자를 낳았으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전쟁으로 많은 나라에서 공중보건기구 등 사회조직이 위축되거나 붕괴돼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없었던 것도 피해를 크게 한 요인이었다. 또 그 때문에 당시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며, 실제 피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하는 의학사가들도 있다.전쟁의 직접적인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데다 사회구조가 안정됐던 미국의 통계자료는 비교적 믿을 만하다. 미국은 이 기간중 인구의 1%에 조금 못미치는 67만5,000명이 인플루엔자로 사망했다. 사정이 가장 좋았던 미국이 이 지경이니 다른 나라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인도의 경우 사망자가 당시 인구의 4%인 1,200만명으로 추산된다. 사망자가 3,000만∼4,00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보통 세계적으로 2,200만명이 사망했다고 하는데, 이는 당시 전세계 인구의 1%에 해당한다. 지나치게 과소평가됐다는 견해도 많지만, 이 숫자만 해도 1차 세계대전 사망자 850만명의 2.5배가 넘는다.
이 대유행 이후 1933년, 1957년, 1975년에도 대규모 유행이 있었으나 1918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앞으로 1918년보다 더 무서운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이 올지는 알 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질병에 대항할 수 있는 사회구조가 무너지거나 약화했을 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더욱 극성을 부린다는 사실이다.<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학>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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