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미국 샌디에이고 랜초 산타페의 한 호화저택에서 사교집단 「천국의 문(Heaven’s Gate)」 신도 39명의 집단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하나님, 예수, 미확인비행물체(UFO), 헤일―밥혜성」 등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의 자살은 기독교의 가장 큰 축일인 부활절(30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일어난 사건이어서 충격을 더해 주었다. 한국이라고 해서 이러한 사교집단으로부터 안전지대는 아니다. 오히려 어느 나라보다 사교집단이 창궐하고 있으며 다른 종교보다 기독교, 특히 개신교를 표방한다는 점이 또한 특징이다. 92년 우리사회를 강타한 「시한부종말론」의 파문은 기억에도 새롭다.사교집단이 개신교를 표면에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개신교의 배타성과 분열성에서 비롯된다고 종교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문화체육부 종무실에 따르면 국내에는 장로교 이름을 내건 교단만 100개가 훨씬 넘는다. 배타성은 교단의 분열을 가속화했고 교단의 분열은 사교집단이 기생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우리 개신교가 유달리 배타적이고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기저에는 예수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만을 강조하는 「바울의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신앙관에 토대를 둔 믿음만을 전제로 한 구원사상은 비기독교인들에게는 상당한 당혹감을 안겨준다. 심하게 말하면 시조 단군은 물론이고 광개토대왕, 을지문덕장군, 세종대왕, 이순신장군 등 우리 역사를 찬란하게 가꾼 위인들을 포함, 기독교가 한국에 전래하기 전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구원받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태연 이화여대 교수가 「그리스도교 기원의 탐구―예수」라는 저서에서 소개한 「예수운동」은 그래서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이 운동은 역사적 예수(서기 30년경)와 마가복음(서기 70년경) 사이의 잊혀진 40년동안 사랑실천을 재연했던 신앙공동체로 구원보다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을 앞세운다. 바울의 전통을 잘못 이해해 관념적 믿음만을 강조하다 보니 실천은 없고 자기 주장만 강한 기독교인을 낳고 있다는 조 교수의 지적은 설득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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