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배임죄 적용 문제없다” 결론 불구/경제계·금융권 위축 등 또다른 파장 ‘눈치’검찰이 한보 대출의혹 재수사에 착수한지 12일이 지났지만, 은행장 소환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검찰은 재수사를 시작하면서 은행장들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적용 가능성을 먼저 검토했다. 은행장들이 돈은 받지 않았더라도 외부의 청탁에 의해 수천억원을 대출해줘 은행에 손실을 끼쳤다면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업무상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까다롭고, 지금까지 금융기관의 대출업무에 대해 이 죄목을 적용한 예가 많지 않다는 점을 의식해 법률검토와 함께 대출경위의 사실관계를 확정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검찰이 산업·제일·조흥·외환 등 은행 여신담당 실무자들을 연일 불러 대출결정과정을 정밀 조사한 것도 은행장들의 업무상 배임죄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검찰조사에서 『95년이후 한보철강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모든 금융기관이 대출을 기피했으며, 은행 실무자들은 한보철강의 재무상태나 사업성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했다』면서 『은행장 등 고위층의 지시로 대출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은행들이 외부기관과 자체 신용평가를 무시하거나 조작한 사실도 은행 내부자료와 관계자 진술로 밝혀졌다.
따라서 검찰은 사실관계나 법리상 관련 은행장들에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은행장 사법처리 방침이 확정됐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법적용은 아무 문제가 안된다. 다만, 은행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경우 경제계와 금융권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관례상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부실대출을 이유로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한 예가 드문데다, 1차수사때 적용하지 않았던 죄목을 굳이 끌어댐으로써 「억지 사법처리」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한보부도사건의 파문이나 경제적 악영향을 감안할때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사법적 책임을 묻는게 옳다는 것이 검찰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국정조사 일정을 고려할때 다음주중에는 관련 은행장들의 모습을 검찰청사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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