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JP이 대표 논쟁/YS·DJ는 듣기만 했다/‘말없는 YS태도’ 놓고 여자민련 장외신경전「4·1영수회담」에서 내각제 문제를 거론한 사람은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 둘 뿐이었다. 두사람이 내각제에 대한 찬반양론을 펼치는 동안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묵묵부답, 듣고만 있었다. 결국 내각제문제는 이번 영수회담에서 어떠한 결론도 도출하지 못한 채 「진행형」의 화두로 남게된 셈이다.
내각제문제는 물론 김자민련총재가 먼저 꺼냈다. 김총재는 1인 권력집중의 대통령제 폐해를 거듭 지적하면서 『의회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해 내각제개헌을 이뤄야한다』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내각제문제가 당리당략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반박논리를 피력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가타부타 일체의 언급을 삼간채 이대표를 쳐다보며 『이대표는 무슨 할 말이 없느냐』면서 내각제문제 만큼은 이대표에게 발언권을 돌렸다는 것이 자민련측 설명이다. 이에대해 이대표 역시 기존의 「불가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이대표는 회담후 당사에 돌아와 『내각제란 제도자체의 장단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시점에서는 적합지 않다는 반대의견을 분명히 전했다』고 밝혔다. 이대표는 특히 김대통령이 자신에게 내각제에 대한 언급을 돌린데 대해 『김대통령도 내각제에 대해 분명하고 일관성있는 말씀을 해왔으므로 이점에 대해 다시한번 일깨우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내각제에 대한 김자민련총재와 이신한국당 대표의 공방은 예상됐던 일이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할 대목은 김대통령과 김국민회의총재는 이에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으며 대통령의 내각제언급 여부에 대한 이대표측과 자민련측의 전언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김자민련총재는 회담후 『김대통령과 김국민회의총재를 상대로 면전에서 내각제를 직접 얘기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면서 『두분은 내각제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었는데 그자리에서 분명한 입장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여전히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신한국당의 이윤성 대변인은 『김대통령도 JP가 내각제문제를 꺼내자 「이미 내각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여러번 밝힌바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내각제문제에 대한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분명한 것은 「4·1영수회담」에서 내각제문제에 대한 어떠한 매듭이나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김대통령 자신이 내각제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을 피하면서 이대표에게 말문을 돌렸다는 사실 자체가 이를 뒷받침 한다. 영수회담에서의 「내각제 언급」은 어디까지나 3김씨간의 대화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탐색전 이상의 성과는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내각제 문제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채 잠복된 불씨로 남아있게 됐다.<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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