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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처리로 광고효과 높여라”/키워드 제시 봇물

입력
1997.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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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요일밤의 대행진」 등 주말 TV쇼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대사를 화면 아랫부분에 요약정리해 보여주는 방식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TV뉴스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자막처리는 화면과 소리가 순간적인 충격은 강할지 모르지만 내용의 핵심을 전하는데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화면의 내용을 활자로 정리해서 전달효과를 높이는 이같은 방식이 최근 광고제작에도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이같은 광고는 제품의 특징을 단어와 문장으로 간단명료하게 보여주는 키워드 제시형에서부터 내레이터의 조용한 설명과 함께 그림없이 활자만으로 승부를 거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SK텔레콤(옛 한국이동통신)은 지난주부터 글자만 보여주는 TV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정보통신 시장개방」 「한국이동통신」 「SK텔레콤」 「SK텔레콤이 책임지겠습니다」는 활자가 연속적으로 등장하면서 TV스피커를 통해서는 『세계수준의 정보통신 서비스를 SK텔레콤이 책임지겠다』는 요지의 내레이션이 조용하게 흘러나온다. 인쇄광고도 마찬가지다. 그림 한 컷 없이 고객이 띄운 불만의 소리를 「못 믿겠다 001」 등의 제목을 붙여 「진솔」하게 전하고 있다.

광고를 만든 제일보젤의 정치헌 차장은 『그럴듯한 화면을 제시하는 것은 어떤 방식이든 일종의 미화가 있게 마련이다. 이름을 바꿔 새 출발하는 SK텔레콤의 의지를 솔직담백하게 보여준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스케이트 보드를 탄 10대들과 헬리콥터가 등장하면서 역동감있게 흘러가는 일경물산의 10대 캐주얼 의류 밴스 광고에도 「컴퓨터랑 밤샜어. 1,000㎞쯤 달리고 싶어. 강렬한 느낌. 밴스 충동」의 카피가 화면 한복판을 채운다. 케이블 TV의 음악 채널과 10대들이 밀집하는 서울 압구정·신촌등지의 전광판에 주로 나오는 이 광고는 소비층의 입맛에 맞게 활자 디자인을 찌그러진 모양으로 보여주는 변화까지 갖추고 있다.

유니레버코리아의 비누 「도브」광고에도 이 비누가 중성임을 강조하기 위해 리트머스 실험장면을 보여주면서 「알칼리성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도브는 색깔이 변하지 않습니다… 도브.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습니다」는 자막으로 광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15초의 이미지를 마지막 한마디의 문장으로 정확하게 요약하는 키워드형 광고는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뽀삐롱 광고가 「누가 더 오래 쓸까요? 뽀삐롱으로 더 오래 쓰세요」라는 자막으로 제품특성을 강조하고 한불화장품의 바센 트윈케이크가 「좋은 건 똑같이 부르지 말자」며 다른 제품과의 차별성을 내세운다. 또 에스콰이아의 캐주얼 의류 프리랜서는 「프리랜서는 프리랜서를 입는다」, 애경의 화장품 포인트는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합니다」는 키워드로 소비자들의 이성에 호소하고 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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