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는 재벌그룹이 지배한다. 이들이 경제의 사활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벌공화국이라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 재벌 그룹의 힘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되고 있다. 국민과 나라는 이제 경제를 이처럼 재벌그룹에 내맡겨도 되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재벌그룹들의 사고와 행태로 봐 그들이 과연 우리나라 경제의 경쟁력을 다시 부양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가기 때문이다.그들에 대해 회의를 갖게 하는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정부의 제동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력집중 즉 문어발 경영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재무구조가 개선되기는 커녕 개악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력집중은 상위그룹으로 올라갈수록 심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1일 발표한 「97년도 30대 대규모기업 집단현황」에 따르면 30대 재벌그룹의 계열사 수가 819개사로 지난해의 669개보다 150개가 늘어난 것이다. 예년에 비해 이례적으로 격증한 것이다. 그룹별 전체계열사 수로는 삼성(80개), 현대(57개), LG(49개), 대우(30개), 선경(46개) 등 상위 5대 재벌이 262개사로 30대 그룹 전체 계열사의 32%를 차지했다.
자산으로 보면 이들 상위 5대 그룹의 집중도는 더 크다. 지난해 30대 재벌의 자산증가는 61조5,000억원인데 이중 10대 재벌까지가 50조원(81.6%)을 차지했고 자산총규모로는 상위 5대재벌이 30대 재벌 자산총액의 5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상위 5대 재벌그룹을 포함한 30대 재벌그룹들은 문민정부 아래에서도 기업의 무차별적인 확장을 관철하는데 성공했다.
재벌그룹들은 경제집중도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번번이 이것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강화한 것이 됐다. 재벌그룹들은 여전히 모기업 아래 계열기업들을 거느리는 선단식 경영형태가 그룹의 안전성을 강화해 주고 힘을 증대시켜 주는 것으로 믿고 있는 것같다. 이것이 올바른 생각인가.
우리나라 재벌그룹들의 모델이 되고 있는 일본 재벌그룹들은 멀티미디어, 생명공학, 우주공학, 컴퓨터 등 첨단공학이 급속도로 영역을 넓혀가는 오늘과 내일에는 선단식 경영체제가 경쟁력이 처진다는 것을 인식, 체제 전환에 나서고 있다.
한편 미국은 재벌그룹들과 벤처기업들이 세계 제패를 겨냥하여 무서운 속도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 통신, 정보산업 등 재벌그룹들이 전문화된 분야에서 흡수·합병(M&A) 등으로 급신장하고 벤처기업들 역시 전문성, 기동성, 창의력을 이용하여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 재벌그룹들은 그들 자신 어디로 가야할지 뚜렷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관성적으로 계열사나 늘려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은행돈 등 빚을 얻어 확장하고 있으니 불안하다. 재벌그룹들은 경영합리화의 이름으로 고임금, 고금리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금융비용을 낮추기 위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계열사를 증대할 자금으로 빚을 갚는 것이 경영의 정도인 것 같다. 재벌그룹들도 제몫을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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