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가풍 아일랜드에 10년전 진출/연평균 20%이상 고성장 신바람/EU·중동 등에서 ‘1등제품’ 명성/올 매출목표 1,200억원 무난할듯영농국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북서쪽으로 230㎞ 떨어진 슬라이고. 전후좌우 어디를 살펴보아도 끝없는 초원이 펼쳐져 목가적 풍경뿐인 이 곳에 새한미디어는 10년전부터 진출, 세계화의 전초기지로 삼고있다. 인구 5만의 소도시로 지도에서도 찾기 어려운 슬라이고시에 2,250만달러를 투자한 새한미디어 아일랜드 현지법인(SMIL)이 들어선 것은 87년.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경영을 표방하며 세계 각지로 앞다투어 나가기 3∼4년전에 이미 글로벌 경영을 실현한 「세계화의 선각자」인 셈이다.
법인설립에 이어 비디오테이프를 전문생산하는 공장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것은 91년. 건평 1만평의 2층짜리 현대식공장은 치밀한 경영과 노사 화합이 어우러져 생산개시 5년만인 지난해 1,03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생산물량으로는 비디오테이프 1억3,000만권. 94년 672억원, 95년 769억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서도 달성하기 어려운 연평균 20%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유럽오지에서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1,2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있다.
현대식 비디오테이프 생산설비앞에서 바쁜 일 손을 놀리는 종업원은 446명. 대다수가 현지여성들이고 국내서 파견된 한국인 직원은 안태준 현지법인사장을 비롯, 12명에 불과하다.
이 공장에서 나온 최종제품은 즉시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인근 국가로 실려나간다. 매출액 증가와 함께 유럽내 점유율도 점차 높아져 94년 11%였던 것이 지난해는 16.7%를 차지했다. 유럽연합내에서 시판중인 비디오테이프 6개중 1개는 새한미디어 제품으로 유럽시장에서 독일 바스프사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95년부터는 공급물량이 달릴 정도여서 본사로부터 비디오테이프를 연 2,000만권이상 수입, 시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장의 대부분 제품은 새한미디어의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고 소니 코닥 등 세계 정상의 브랜드로 포장돼 수출되고 있다. 공장장 최석구 이사는 『아직 주문자상표부착(OEM)생산이 90%에 달하지만 이곳 제품은 유럽시장과 중동 등에서 손꼽아주는 1등제품』이라고 말했다.
94년에는 비디오테이프 업계로는 세계 처음으로 세계규격기준(ISO)9002 인증을 획득, 품질면에서 세계 정상에 손색이 없음을 인정받았다.
새한미디어가 유럽의 변방인 이 곳에 투자를 결정한 데는 유럽 경쟁사들의 반덤핑제소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86년 독일 바스프사, 네덜란드 필립스사 등이 한국산 비디오테이프를 덤핑혐의로 제소하자 직접 유럽진출을 결심한 것이다.
특히 아일랜드는 유럽연합(EU)의 회원국으로 통관수속이 없고 관세도 물지않아 유럽시장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지 환경이 비디오테이프 생산에 안성마춤이라는 점이 이 곳에 공장을 건설한 배경이 됐다. 문명에 의한 자연훼손이 거의 안된 슬라이고시는 공해는 물론 먼지가 없는 공기청정실 역할을 함으로써 테이프 위에 1∼2㎛(1미크론은 100만분의 1m)두께의 자성산화철을 입히는 비디오테이프 생산공정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영농이 주력산업인 아일랜드가 투자유치를 위해 세금감면 보조금지급 등 파격적인 지원을 해준 것도 아일랜드를 선택한 또 하나의 배경이 됐다.
슬라이고시는 비디오테이프 공장을 건설하는데 최적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많은 고난에 부딪쳐야만 했다. 낙농업이 주산업인 이 곳은 현지인 대부분 양을 치던 목동출신으로 제조업체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지인 120명을 한국 본사로 두달간 연수를 보내는 등 교육에 집중, 이같은 문제를 무난히 해결했다. 제품이 생산된 뒤에는 테이프에 반점이 생기는 등 불량률 문제가 현지법인을 존폐위기로까지 몰고간 적도 있었다. 새한미디어는 본사에서 기술진 50명을 대거 투입해 작업라인을 아일랜드인들의 행동반경에 맞게 수정, 이 난관도 극복했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한 뒤에야 현지인들은 한국공장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마음을 터놓고 접근했다. 현지법인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 지역 자동차 수가 급격히 늘어났으며 휴가철만 비정기적으로 운항되던 더블린-슬라이고간 항공기가 정기노선으로 바뀌는 등 슬라이고 지역경제가 활성화해 현지인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95년 슬라이고시 75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우리나라 임직원이 참석,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했을 정도로 슬라이고 시민과 각별한 사이가 됐다.
아일랜드 현지법인은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공에 만족해하지 않는다. 비디오테이프의 자체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한편 미니디스크(MD)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등 차세대 제품을 한국 기술진들과 협력생산, 부가가치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새한미디어는 아일랜드 현지법인을 국내 충주공장-멕시코공장과 함께 연결, 3개 공장을 기반으로 세계 비디오테이프업계 1위의 자리를 고수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아일랜드 투자환경/2010년까지 법인세 감면/유휴인구 많아 저임 매력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투자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로 알려져있다. 낙농업이 주산업인 아일랜드는 실업률이 86년 17%에 달할 정도로 높아 고용증대와 생산성향상을 기본정책으로 삼고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이에따라 80년대 중반부터 세계 각국에 아일랜드산업개발청(IDA)사무소를 설치하고 파격적인 유치조건을 내세워 기업유치 홍보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86년 서울사무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IDA에 따르면 아일랜드에 투자할 경우 보조금지급 세금감면 등 다방면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일랜드 서부의 후발지역에 기업을 신설하면 고정자산 투자액의 60%까지 상환의무 없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기타지역에서는 투자액의 45%를 보조받는다.
법인세의 경우 기본세율은 50%에 달하지만 외국 제조업체에 한해 2010년까지 10%만 부과하는 감면정책을 세워놓고 있다. 아일랜드를 제외한 유럽국가들의 경우 영국이 30%, 독일은 50%에 달하는 등 아일랜드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밖에 무배당세 이익금 송금보장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또 유럽연합(EU)지역과의 무역이 전체 교역의 70%에 달하고 EU역내교역시에는 관세 감면혜택을 받는 등 유럽의 관세장벽을 넘을 수 있다는 이점도 갖추고 있다. 유휴노동력이 많아 EU 국가중 임금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도 투자환경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아일랜드에 진출한 기업은 새한미디어를 비롯해 LG전자 고니정밀 대한항공 등 5개이다. 세계적으로는 인텔 모토로라 애플 IBM 마이크로소프트 NEC 등 유수기업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공장을 건설, 가동중이다.
◎인터뷰/새한미디어 아일랜드법인 안태준 사장/“시장밀착경영으로 정상궤도에 진입”
『아일랜드 현지법인은 비록 유럽내 변방에 자리하고 있지만 시장밀착경영으로 정상궤도에 진입했습니다』
새한미디어 아일랜드 현지법인 안태준(49) 사장은 현지시장에서 요구하는 상품 수량 시기 등을 현지수요에 맞게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시간차 전략」이 1,000억원 매출을 조기달성한 성공비결이었다고 강조했다.
94년부터 현지근무를 하고 있는 안사장은 『공장을 신속하게 운영하려면 현지인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현지인들에게 권한과 함께 책임도 부여,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함으로써 이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간부회의시 현지인 책임자들이 목표대비 실적을 직접 발표하고 질의·응답시간을 가짐으로써 업무목표 달성의지를 스스로 북돋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또 국내서 파견된 직원들도 한국식 행동·사고방식을 말끔히 털어버리고 새로이 시작하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사장은 『아일랜드는 교육수준이 높아 양질의 노동력을 갖추고 있으며 전체인구중 젊은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 발전 잠재력이 무한한 나라』라며 『현지법인의 발전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일랜드인들도 해고의 불안감으로 외국계 회사를 꺼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취업안정을 강조함으로써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갖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규인력을 채용할때도 장기근무를 약속하는 응시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사장은 또 『유럽현지에서 갈고 닦은 경험과 노하우를 차세대 영상매체인 광디스크를 제조·판매하는데 이용, 현지법인을 유럽내 손꼽히는 유망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현재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매년 3월17일 아일랜드 국경일인 「패트릭의 날」에는 현지법인 직원들도 참여, 한국고전무용을 선보이는 등 민간외교사절로의 역할도 적극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선년규 기자>선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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