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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씨 추운듯 털모자·장갑 착용/한보 2차공판 법정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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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씨 추운듯 털모자·장갑 착용/한보 2차공판 법정 이모저모

입력
1997.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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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따른 관심증폭 반영 방청객들 몰려/황병태씨 “정치권 부패불감증” 때늦은 자책한보사건 2차공판이 열린 31일 상오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 입구에는 첫 공판때보다 다소 많은 방청객이 몰려 재수사 착수이후 증폭된 세간의 관심을 반영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에 일부 부동의한 정태수 권노갑 정재철 김종국 피고인의 변론을 다른 피고인과 분리해 14일 3차공판에서 속개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보사건 피고인 10명은 결심공판에서 법정상봉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보그룹 총회장 정태수 피고인은 주중대사를 지낸 황병태 피고인에게 대출청탁을 하면서 대중국투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자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황피고인은 공판에서 『정총회장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본인과 만날 때마다 러시아 유전개발 및 중국 제철소 투자 등에 관해 자문을 해와 조선소 입지로는 당진제철소와 가까운 중국 칭다오(청도)가 적합하다고 조언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황병태 피고인은 『정치인들이 온갖 청탁을 조심성 없이 무조건 수용하는 잘못된 풍토에 젖어 있다』며 정치권의 부패불감증을 직접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보 정총회장에게서 대출청탁을 받았을 때 앞뒤 안 가리고 응한 것도 만성적인 정치권의 부패관행에 젖었기 때문』이라며 『아는 사람의 부탁이나 청탁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용하자는 생각이 부패의 근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스스로 비판했다. 그는 또 『정씨 부탁으로 고향후배인 김시형 산은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관계를 문의할 때는 잘 몰랐으나 국회의원으로서 공인의 신분을 고려치 않은 경솔한 행위였음을 나중에 깨닫게 됐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한편 황피고인의 선거구인 경북 예천과 문경주민들이 황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는 진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찬목(전 조흥은행장) 피고인은 『과거 포항제철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출발할 때 조흥은행이 주거래은행이었음에도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자금지원을 못해 현재까지도 원만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술, 한보대출 배경에는 우수 고객확보차원도 있었음을 인정했다.

○…첫 공판때 정태수 총회장의 아들 4형제가 나란히 방청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공판에는 4남 한근씨만이 나와 방청했다.

법정에 선 정피고인은 공기가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는 듯 입정할 때 가져온 검은색 털모자와 흰색 면장갑을 착용하고 재판에 응했다. 그는 70대 중반의 고령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도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공판과정을 끝까지 유심히 지켜봤다.

○…권노갑 피고인의 변호인 신문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간에 「재경위 4인방」의 실체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다 변호인이 이를 밝혔다. 변호인은 검찰이 『권피고인의 죄는 알선수재가 아니라 뇌물인 만큼 관련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거명할 필요는 없다』며 『한보철강 이용남 사장의 수사기록에 나와있으니 참조하라』고 하자 4인방이 정한용 김민석 이상수 정세균 의원임을 밝혔다.

○…한보그룹 전 재정본부장인 김종국 피고인이 한보사건 피고인들중 처음으로 지난달 29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피고인은 신청서에서 『본인은 이 사건 공모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이태규·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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