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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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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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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지도, 머뭇거리지도 않고, 조건도 없이, 앞만 바라보는 수사」 한보사건 및 김현철씨 의혹사건의 재수사사령탑인 심재륜 대검 중수부장의 취임일성이다. 그는 『검찰에 대한 불신은 국가와 사회의 불행』이라며 『국민의 불신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납득할 수 있는 수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사속도에 대해서도 「큰 일일수록 둘러가라」는 말이 있다며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수사팀에 내로라 하는 특수수사통들을 합류시키면서 지역색도 탈피했다. 정도수사·철저한 수사를 다짐한 것이다.최병국 전임중수부장의 취임일성은 「공격적 수사」였다. 취임일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1차수사결과는 부풀려질대로 부풀려진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비등하는 검찰에 대한 불신으로 수사가 진행중인 상태에서 경질됐다.

심중수부장은 취임 나흘만에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의 아들인 정보근 회장을 구속하고 정씨일가의 재산도 압류했다. 취임일성에 걸맞았다. 이같은 조치는 1차수사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라 취한 것이었다. 심중수부장은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산다」는 풍토를 이번 기회에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명단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중수부에 시민들의 격려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특별수사통인 심중수부장은 「외풍」을 타지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비결에 대해 평소 후배검사들에게 『수사자질과 깨끗한 처신』을 강조해왔다고 한다. 깨끗한 처신은 정치논리 등에 흔들리지 않고 「법대로」수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재수사에서는 수사팀이 이를 철칙으로 삼아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가려야 한다. 환부는 도려내야 뒤탈이 없다. 검찰의 재수사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좋은 결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검찰이 신뢰를 되찾는 길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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