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의 파업으로 시민들은 또한번 서울시의 버스정책에 실망했다. 운전사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고 사업자는 서울시에 버스요금인상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버스요금검증위원회의 실사결과를 토대로 요금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실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시민감사를 청구했고 행정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같은 악순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버스운영체계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버스정책 개혁의 대안으로 버스공영제가 떠오르고 있다. 버스공영제에 대한 찬반의견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찬성의견/최정한 시민교통환경센터 사무총장/부분공영으로 공·민영 문제 극복/면허반납업체 중심 우선 시행을 편집자>
올해도 어김없이 버스파업은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버스비리사건 이후 근본적인 버스개혁을 기대했던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사·정이 합작해서 요금인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업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중앙정부는 과거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부산물을 지자체에 모두 떠넘겼다. 서울시는 버스문제에 개입하면 할수록 부담만 커진다고 보고 현상유지를 최선으로 여겨왔다. 사업주들은 경쟁력강화보다 황금노선확보 편법운행 정부지원 요금인상에 의존해왔다. 이젠 이런 잘못된 관행을 타파할 새 판을 짜야 한다.
새판짜기에 대한 논의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차제에 실질적인 민영화를 통해 버스산업을 합리화하자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버스공영제를 도입, 공적인 감독과 관리기능을 크게 강화하자는 것이다.
민영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영국 홍콩 싱가포르 사례를 자주 인용한다. 이 가운데 영국은 일찌감치부터 버스공영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85년 교통법에 따라 지자체가 보조금을 주지않는 모든 버스서비스에 대한 계획과 규제를 폐지하고 적자노선은 지자체가 보조금을 조금만 주더라도 운영할 능력이 있는 사업자에게 노선을 주는 보조금입찰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지자체의 운영보조금은 종전의 절반이하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로인해 상당수노선이 폐지되고 요금인상과 승객감소가 동시에 진행돼 버스의 공공성이 크게 약화했다. 보조금지출이 줄고 경쟁력없는 업체는 도태했지만 대형 독점업체가 등장하는 등 폐해가 나타나 보완책이 논의되고 있다.
버스공영제는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서울시도 70년대 시영버스를 운행하다 폐지한 적이 있다. 때문에 모든 시내버스를 공영화하자는 주장은 방대한 별도의 운영조직이 필요하고 시의 재정부담과 운영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없다.
공영과 민영의 문제점을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분공영제를 제안한다. 노선 및 요금 관리, 차고지와 승객편의시설 등 기반시설 공급은 새로운 버스운영조합을 구성, 담당케 하고 개별업체는 노선입찰제를 통해 노선운행과 영업 등을 맡도록 하는 상하분리방식이다. 적자노선은 최소운영비로 운행할 능력이 있는 사업자가 맡거나 직영으로 관리하면 된다. 그러나 이때도 적자요인이 제거되는 즉시 노선입찰제를 시행해야 한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현재 면허반납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9개 업체를 중심으로 우선 공영제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 아울러 업계 전체에 대한 적자원인이 노선에 있는지 잘못된 경영에 있는지를 가려내는 실사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흑자 또는 현상유지 노선에 대한 입찰제가 시장원리에 따라 성립될 수 있다.
◎반대의견/장명순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부조리·고비용·저효율 발생 우려/규제완화·적정요금 산정 바람직
시내버스 운송사업이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사업자는 경영난을 이유로 면허를 반납하고 운전사는 저임금으로는 못살겠다고 파업을 했다. 시민은 서비스가 나쁘다고 불평이다.
서울시는 버스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선입찰제와 부분공영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선입찰제는 면허가 반납된 노선에 대해 경쟁입찰로 새로운 노선운영권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부분공영제는 입찰이 무위로 끝날 경우 시가 노선을 떠맡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가정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나온 최후의 선택이지 최선책이 아니다.
노선입찰제를 먼저 살펴보자. 서울시도 사업자들이 반납한 면허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다. 부분입찰제는 시가 계획하는 부분공영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
시는 왜 공영제를 시행하려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시는 버스에 대해 아는 것이 없거나 아는 것이 있더라도 「구슬을 꿸」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시는 공영차고지를 조성하고 요금을 조금 인상하면 문제가 없겠지 하며 안일하게 대처해왔다. 버스요금의 인가권이 중앙정부로부터 시에 위임된 3년전에 시는 업계의 경영난과 적자 원인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껏 운송원가의 요인 및 규모에 대한 분석 및 실사를 외면해왔다. 지금이라도 시는 버스경영의 총체적 요소(토지·건물·시설 기준 및 규제, 버스의 크기·형태·구조 기준 및 규제·인건비·연료비·보험료·과징금·과태료 등 수송원가 요인 및 비율)를 분석해야 한다.
공영제가 버스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풍토에서 공영제는 부실과 부조리, 고비용과 저효율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둘째 공영형태가 아닌 민간업자에게 노선운행의 대가를 지불하는 용역형태일 수도 있는데 이는 보조금과 유사한 형태에 불과하다. 셋째 보조금 지급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운영해보겠다는 발상은 코렉스공법의 철강제조원가를 알기 위해 한보철강을 세워본다는 것과 같은 비과학적 비전문가적 사고이다. 넷째 공영제가 낮은 요금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증명되지 않았다. 다섯째 공영제하에서 배차간격 준수 및 무정차통과 금지를 포함한 운행허가기준이 현실과 상치하는 경우 대처방안이 부족하다. 여섯째 공영제가 버스사업자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시민단체의 의식을 전환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일곱째 공영제하에서 버스사업자 및 시민단체가 운송실태에 관한 실사를 요구할 때의 대처방법과 실사결과를 다른 노선에도 똑같이 적용할 것을 요구할 때의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버스문제는 규제를 완화하고 적정요금을 산정해 경영여건을 조성해주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다. 잘못된 여론에 집착하다 보면 판단이 흐려져 정답은 멀어지고 오답인 공영제를 정답인양 채택,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수도 있음을 시는 깨달아야 한다.
◎파업→요금인상 악순환에 구조개혁 목소리 높아/공영화 해법 급부상속 일부 완전민영화 주장도
지난 26일 서울시 등 일부 대도시의 시내버스 파업을 겪으면서 버스운송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승객은 서비스에 불만이고 운전사는 임금이 낮아 생계비에도 못미친다고 아우성이다. 또 사업자는 적자만 쌓여간다고 하소연한다. 시내버스운송사업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깊은 환부는 특정 부위만 수술해서는 안되며 종합수술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건설교통부와 서울시 등 자치단체 등은 지난달 파업을 계기로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시민단체도 해법 찾기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해결하느냐 이다. 버스문제의 해결방식으로 최근 급부상하는 대안이 버스공영제이다. 조순 서울시장이 남산 1, 3호터널에서 징수하는 혼잡통행료 수입을 시영버스운행에 사용하라고 지시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시영버스제 도입의 논거는 간단하다. 지하철확충과 교통정체 등으로 버스승객은 줄어드는데 버스운영을 민간에 계속 맡길 경우 서비스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매년 시내버스 노사간의 임금협상때마다 시민들이 파업으로 인한 불편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공영화를 추진하는 방식도 완전공영화에서부터 부분공영화까지 편차가 크다. 완전공영화는 국가나 자치단체가 공사를 설립, 버스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공공성을 극대화할 수는 있지만 효율성이 낮고 비용이 많이 들며 흑자를 낼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민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하는 측도 적지 않다.
부분공영화 방식으로는 노선입찰제와 민간위탁제 등이 거론된다. 노선입찰제는 일정기간 특정업체에 노선경영을 맡기는 것이고 민간위탁제는 업체에 일정액의 보조금을 주는 대신 운행수입은 자치단체나 국가가 갖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민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영화론자들은 영국 등 버스공영화를 시행하던 국가가 민영화로 돌아선 사실을 강조하며 민간이 국가나 자치단체보다 효율성이 높다는 사실을 논거로 제시한다. 따라서 각종규제를 풀어주고 적정요금을 보장한다면 시내버스가 안고있는 병폐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현재 적자노선과 면허반납노선 운행기피노선에 우선 시영버스를 투입하겠다는 원칙만 세웠을 뿐 아직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정하지 못하고 있다.<박광희 기자>박광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