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평생교육원 등 전문기관 재교육서 취업알선까지/컴퓨터 등 자격증 취득 큰 도움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들도 취업이 안되는데 주부를 써줄 곳이 있을까. 속단은 금물. 전문적인 실무교육을 받는다면 「주부」라는 점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직업컨설턴트 황은미씨는 『계약직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미혼자의 경우 고용불안을 이유로 이직률이 높다. 반면 주부들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이직하지 않고 꾸준히 일하기 때문에 고용자측의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한다.
정리해고 파동이후 가정경제의 안정을 위해서 직장생활을 원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서울YWCA가 운영하는 여성취업교육기관 「일하는 여성의 집」의 박대복간사에 따르면 지난해 후반기부터 주부수강생들의 수가 10%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미혼시절 직장경험을 갖고 있는 여성들조차 기혼시 재취업률은 22.2%에 머물고 있는 상태(96년 9월 여성개발원 조사 「여성의 재취업 구조와 특성」).
직업전문가들은 주부들이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재취업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구직에 나서는 것보다 전문기관의 재교육강좌를 통해 실무를 위한 재훈련을 하고 자격증을 따는 등 「노동의 질」을 높이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전문교육기관이 수강생에게 취업알선까지 해주기도 한다. 황은미씨는 『직장이 있었던 사람은 그 경력을 최대한 살리고 없었던 사람은 기능직을 선택하되 양쪽 다 컴퓨터는 필수적으로 익히는 것이 취업문을 넓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전문교육기관으로 주목할 만한 곳은 이화여대 전문비서교육센터(02-360-3188)에서 개설한 금융실무과정 프로그램. 직장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5월6일 개강, 6개월과정으로 교육하는 이 프로그램은 은행이나 외국은행 한국지점 근무를 원하는 여성들을 재교육한다. 외국환업무, 여·수신업무, 은행법과 수표법, 금융전산 등 실무를 교육하며 수강생 40명 전원을 책임지고 취업 알선할 예정. 조흥은행, 신한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 IBM 등의 간부들이 강사로 나선다.
숙명여대 평생교육원(02-710-9140)이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고 운영하는 보육교사교육과정(1년)은 졸업자들에게 보육교사 2급자격증을 주는데 94년 개강이래 매해 졸업생 90%이상이 취업했다. 일하는 여성의 집(02-951-0187)은 전자출판, 컴퓨터디자인(CAD), 은액세서리 세공, 귀금속 세공, 아파트정원 시공 및 관리과정, 텍스타일디자인 등 전문기능교육을 2∼6개월코스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는 수강생의 50%를 취업시켰다.
이밖에도 이화여대를 비롯 덕성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들, 국고로 운영되는 한남직업전문학교, 서울 구로구 독산동 근로여성회관 등이 여성들의 취업교육에 적극적이다.<이성희 기자>이성희>
◎주부 손은숙씨/5년 준비끝에 실내디자이너로 ‘변신’
『입사 직후 잘 해낼까 우려하는 눈빛이던 직장동료·상사들이 지금은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저 자신 미혼시절보다 일이 더 손에 붙는 것같아요』
주부 손은숙(45·햇살건업 인테리어 실장)씨는 직장생활을 그만둔 지 15년만인 지난 95년 12월 재취업했다. 결혼 전의 미술학원 강사 명함은 이제 실내디자이너로 바뀌었다. 결혼하고 잇달아 남매를 낳으면서 「아이들은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육아관에 따라 직장을 그만두었던 손씨는 새 일터에서 「일하는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
손씨는 아이들이 웬만큼 자란 90년부터 재취업을 시도했다. 그즈음 자기개발을 위해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의 카운셀러강좌를 듣기 시작했고 강의를 들으면서 뭔가 전문적인 직업을 얻기 위한 구체적인 공부를 하자는 생각이 솟았다. 모색기였다. 레크리에이션강좌를 수강, 지도자자격증을 받았고 컴퓨터강좌를 2년간 수강했으며 연세대에서 운영한 실내디자인 강좌도 열심히 들었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는 믿음은 5년 후 손씨의 취업노력을 지켜보던 한 교회선배의 주선으로 현실이 됐다. 미대출신이며 컴퓨터에 능하고 실내디자인 수강성적도 좋았던 것이 취업문을 뚫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손씨는 건축내장재업체인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최근 직접 만들며 뿌듯한 성취감을 느꼈다. 지금도 젊은 동료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실내디자인 강좌 수강을 계속하고 있다는 손씨는 『전문지식이나 기능을 익히는 것이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조금씩 넓혀가는 한 방법』이라고 권했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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