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1만∼5,000원 의보적용 배제땐 서민가계에 ‘주름살’의료개혁위원회(위원장 박우동)는 31일 고건 총리에게 의료보험의 건강보험 전환과 소액진료비 본인부담 등 6개 의료개혁과제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보험제도 개편안을 보고했다. 이 개편안은 현행 의료보험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편안은 한 마디로 의료보험수가는 크게 올리지 않고 의료보험의 내실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의료보험이 건강보험으로 개편되면 지금까지 치료비에 한해서만 적용되던 보험에 질병의 예방 및 건강증진기능이 추가돼 환자개인이 1년 또는 2년에 한 번 정도 병원에서 의료보험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직장에서의 형식적인 건강검진기능도 대폭 강화하며 임산부의 산전진찰도 의료보험에 포함된다.
또 중증질환자의 고액진료비에 대해서는 본인부담을 줄여 수술·입원환자 등에 대한 특진료 병실료 비보험검사료의 보험급여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개편안은 이처럼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현행 수가체계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제도개편이 이뤄지기 때문에 득을 보는 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중 핵심이 정액공제제도이다. 정액공제가 도입되면 감기 설사 두통과 같은 가벼운 질환의 소액진료비에 대해서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의 본인부담률은 30%. 따라서 동네병원에서 한 번 진료받고 3,000원을 내던 사람은 앞으로 9,000원을 내야 한다. 의개위 내부에서는 보험비적용 진료비 상한액으로 최대 1만원, 최소 5,000원이 검토되고 있다. 소액진료비라 하더라도 병원을 찾는 횟수가 많아진다면 가계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50만원을 초과하는 진료비를 환급해주는 현행 본인부담상환제의 상한선을 30만원으로 낮춰 가계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적은 금액은 아니어서 제도시행까지는 상당한 논란이 따를 전망이다.
고급의료서비스에 대한 민간보험시행방안 역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게 될 것 같다. 민간보험은 지금도 시행되고 있는 암보험처럼 개별 질병에 대한 보험이 아니라 비보험 고급진료에 대한 포괄적인 보험개념이다. 예를 들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자기공명장치(MRI)나 현행 270일인 급여기간 이외의 진료비, 병실비, 식대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항목의 대부분은 민간보험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의료보험체계에 포함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결국 가계에는 이중부담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의개위는 이번 의보제도 개편안이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의료의 질 개선과 국민부담의 증가라는 두 측면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여진다.
이밖에 의개위가 내놓은 119 및 129의 일원화나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전담기구 설립, 뇌사인정과 장기이식의 확대를 위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의 제정」, 보건의료산업의 수출전략산업육성, 한의약발전을 위한 국립통합의학연구소 설립은 94년 보건복지부장관의 자문기구인 의료보장개혁위가 다룬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들이다. 의개위는 10대 과제 27개 세부개혁안에 대해 10월말까지 최종안을 마련, 총리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들 개혁과제는 어차피 차기정권에서 다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김상우 기자>김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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