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하,성북동 석은미술관/황용엽·이종각,사당동·충남 천안에/권옥연·이종상도 건립계획「생전엔 작업실, 사후엔 미술관」. 원로·중진작가들이 최근 작업실을 겸한 미술관을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장우성 화백의 월전미술관(서울 종로구 팔판동), 고 문신 화백이 생전에 세운 문신미술관(경남 마산시 합포구 추산동) 등에 이어 김흥수 권옥연 변종하 박서보 이종상 황용엽 이종각씨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기념관 또는 미술관설립에 나서고 있다.
94년 재단법인 서보미술문화재단을 발족한 박서보(66)씨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건평 150여평규모의 건물을 마련, 15일 개관한다. 화가출신의 건축가 이현재씨가 설계한 이 건물은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대형작업실과 작품보관실, 살림방을 갖추고 있다. 작업실은 30여평의 넓이에 높이도 8m가 넘어 1,000호이상의 대작제작은 물론, 전시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그는 『건물 내외부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흑색, 백색, 회색톤과 간결한 형태는 선의 세계를 지향하는 모노크롬회화 「묘법」연작의 정신과 일치한다』며 『소장품 700여점 모두를 재단에 기증하고, 2,000년부터 현대미술상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홍익대에서 정년퇴임한 박씨는 「묘법」시리즈 제작 30주년을 기념하는 개인전을 1∼15일 현대화랑(02-734-8215)에서 갖는다.
변종하(71)씨도 지난달 60억원대의 동산과 부동산을 토대로 자신의 호를 딴 석은미술문화재단 설립과 함께 미술관건립에 착수했다. 98년 서울 성북동 자택(부지 404평, 건평 150평)에 들어서는 변종하기념미술관에는 그의 작품 뿐 아니라 조선초기 유학자 변계량과 숙종 때 화원을 지낸 변상벽 등 직계조상들의 유물과 작품도 선보인다. 특히 오동나무와 고양이를 소재로 한 변상벽의 작품 10여점을 최초로 공개하고, 앞으로 젊은 작가의 작품도 구입, 전시할 계획이다. 또 서양화가 황용엽(66)씨와 조각가 이종각(60·경희대 교수)씨는 각각 서울 사당동과 충남 천안에 건물을 마련, 미술관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김흥수(경기 양주군 장흥면) 권옥연(남양주시) 이종상씨(안성군) 도 부지를 확보, 미술관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작가들의 미술관설립이 늘어나는 것은 작품세계를 체계적으로 알리고 보존하려는 목적과 함께 새로운 작업실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이다. 현행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에 따르면 작품 100점만을 확보하면 미술관과 부속건물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술관건립붐은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설립후 운영·관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95년부터 문신미술관을 운영해온 최성숙 관장은 『유작 중 미술관에 등록되지 않은 작품을 팔아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수익사업과 함께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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