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부터 고참까지 ‘땀의 무대’/완벽한 무대뒤엔 ‘수많은 반복’의 리허설3월27일 늦은 하오 서울 대학로에 있는 극단 학전의 그린소극장. 밖은 눈부신 봄햇살, 선남선녀들의 활기찬 발길로 가볍게 들떠있다. 그러나 안에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흥겨운 음악도 없다. 객석도 텅비어 있다. 의자 하나만 덩그마니 놓여있는 무대가 무겁고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목청껏 대사를 외우고, 뛰고, 구르고, 호통치는 소리가 무거움과 고적함을 깬다.
29일 개막한 극단 학전의 록 뮤지컬 「개똥이」. 관객들은 잘 만들어진 「상품」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상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초조함이 있는 지 알 필요도 없고 생각해보지도 않는다. 아니 모든 것을 알면 재미가 반감될 지도 모를 일이다.
공연을 48시간 앞둔 리허설 현장을 함께 가보자.
귀뚜리(이미옥)와 똥구리 할아버지(최무열)의 노래 장면. 연못에 비친 흉측한 얼굴 때문에 괴로워하는 개똥이를 위로하는 노래 「별님 달님」을 부르는 대목. 채 몇 소절 부르기도 전에 『그렇게 하면 조명 꺼버리지. 좀더 작게 감싸안듯이』 하는 호통이 불쑥 끼어든다. 조연출 최우진(31)씨다. 버텨내기 힘들다는 연극판을 6년째, 그것도 내리 조연출로만 지켜온 베테랑이다. 「개똥이」에서는 김민기씨가 전체 구성과 이야기 흐름을 맡고 그가 세부적인 연기지도를 하기로 역할분담이 정해졌다.
『템포있게 걸어. 음악이랑 스탭이랑 안맞잖아』 똑같은 장면을 세번이나 반복해 시킨 끝에 겨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개똥이」는 95년에 공연한 적이 있는 작품. 첫번 공연에 참가한 배우들도 많다. 그런데도 리허설 무대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연신 발장단을 맞추며 자기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 아무도 없는 벽에 대고 뭐라고 중얼대는 사람,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동선을 점검하는 사람. 늘 이런 식이다. 게으름을 피울 겨를도, 그런 사람도 없다. 전체 연습이 끝나면 다들 집으로, 개인연습실로 뿔뿔이 흩어져 혼자 연습한다. 연기란 게 할 때마다 다르고, 또 정해진 점수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늘 불만족스럽기 마련이다.
선화예중 성악과 1학년에 다니는 어린 개똥이 재한(13)군. 좀더 과감하지 못한 제 연기가 불만이다. 성장한 개똥이 역의 권형준(28)씨. 아직 노래를 확실히 장악하지 못한 것 같아 초조하다.
『시간이 너무 모자라요. 공연이 겨우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손볼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고. 무엇보다 조명, 음향, 소품 모두 다 갖추어진 온전한 무대에서 연기를 맞춰볼 리허설 기회가 두번밖에 주어지질 않아 식구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며칠째 강행군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최우진씨의 말이다.
출연진뿐만이 아니다. 소품 담당은 미처 확보하지 못한 소품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고, 의상도 한창 손질 중이다. 시간은 빠듯하고, 어느 것 하나 깔끔하게 마무리된 것은 없다. 하지만 막판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각자 최선의 노력이 합쳐져 빚어내는 완벽한 팀워크만이 좋은 「상품」을 만든다는 것을 모두들 말하지 않아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황동일 기자>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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