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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 논의의 뒤켠/이병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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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 논의의 뒤켠/이병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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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개헌 얘기가 또다시 솔솔 나오고 있다. 나라가 뒤뚱거리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정치권의 내각제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내각제주장의 변천사는 참으로 기구하기만 하다. 5공 말기인 86년 정통성없는 군부 집권층은 감당하기 힘든 개헌요구에 시달렸다. 그 결과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내각제였다. 열화와 같은 야권의 대통령직선제 요구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물론 어떻게 해서라도 집권을 연장해 보겠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87년 6월항쟁에 무릎을 꿇었고 대통령직선제가 채택됐다.6공 들어서도 내각제는 계속 거론됐다. 가까스로 집권에 성공한 6공정부는 내각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새정부 출범 6개월이 채 못된 88년 7월 윤길중 민정당대표가 필리핀에 가서 내각제를 주장했다. 파문이 컸음은 물론이다. 90년 1월의 3당합당은 내각제개헌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합의각서까지 공개됐다. 합의각서는 우여곡절 끝에 파기됐지만 내각제는 부동의 현안이었다. 3당합당 후 정국이 소용돌이 칠 때마다 내각제가 튀어 나왔다. 노태우 대통령은 집권후반기 내내 내각제에 집착했으나 결국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내각제논의는 제도의 장단점은 간과된 채 정파간 필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왔다. 기득권을 연장하기 위해, 또는 혼자의 힘으로 집권에 자신이 없는 정파가 지분확보의 방책으로 내각제를 주장해 온 것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단독집권에 자신이 없는 세력이나 남의 도움으로 자신의 몫을 확보해야만 하는 쪽에서 내각제를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내각제를 간판으로 내세운 김종필 자민련총재의 도움이 절대 필요한 국민회의, 한보사태로 정권재창출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민주계중진들, 이회창 대표의 후보 굳히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신한국당의 대선주자들이 모두 이 경우에 해당된다. 내각제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제도이다. 내각제를 거론하는 속셈과 방식이 제도의 취지를 훼손시키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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