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철저한 진상규명” 한목소리 될듯/내각제JP 개헌주장에 “불가”“태도 유보”/남북문제안보강조속 정치악용 문제 제기1일의 영수회담은 그 어느 때와는 다른 회담이다. 정치권은 물론 나라 전체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청와대 회담은 야당 총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해 김영삼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협조를 당부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여당의 대표로 회담에 참석하는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는 가급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 측근들은 이대표가 『대화를 듣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회담에서 오고갈 주요내용을 미리 정리해 본다.
▷경제살리기◁
김영삼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가 국가안보와 민생안정의 밑바탕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소모적인 정쟁이 경제난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고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치권의 자제를 촉구할 것임은 물론이다. 김대통령은 국제수지 적자 개선을 위해서는 국민의 동참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뒤 노사화합을 위해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회담을 제의하면서 의제를 경제난 타개방안에 국한시키자고 얘기한 만큼 경제난 극복을 위한 방안을 먼저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총재는 정부의 긴축기조 경제정책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고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부가가치세율 인하 등 8개항의 단기적 대안들을 우선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대중 총재는 이같은 방안들을 누누이 설명하기보다는 「국민정신운동」차원에서의 큰 원칙을 강조할 것이라는게 국민회의측 설명이다.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당연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제만 따로 떼서 논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사회적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보수사◁
김대통령은 엄정하고도 철저한 수사로 한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할 예정이다. 김대통령은 검찰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검중수부장의 중도 교체를 단행했던 만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할 것이다.
김대중 총재는 자신의 정경분리원칙이 한보사태에 대한 타협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대중 총재는 「연루된 인사들의 책임에 상응하는 사법처리 원칙」을 제시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김대중 총재는 한보사태 이후 금융권의 경색으로 자금시장이 위축돼 있는 점을 들어 한보사태에 연루된 은행계 인사들에 대해 관용을 베풀 것을 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필 총재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한보사태의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종필 총재는 한보특위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4월말부터는 위기정국 탈출을 위해 여야가 새로운 마음으로 합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내각제개헌◁
내각제는 김종필 총재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적극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필 총재는 김대통령과 김대중 총재 모두에게 일부 여론조사결과를 토대로 내각제 지지도가 대통령제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점을 우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필 총재는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중심제 때문에 현재의 국가위기가 초래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회담에서 김종필 총재가 하는 거의 모든 발언의 귀착점은 내각제에 모아진다.
이에 대해 김대통령은 단호하게 내각제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김대중 총재와의 단독 영수회담에서 강조했던 대로 내각제 폐해를 상세히 설명하고 임기중 개헌불가를 거듭 강조할 것이 틀림없다. 김대통령은 특히 경제위기속에서 개헌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국민 감정에 어긋나는, 매우 부적절한 것임을 강조할 예정이다.
김대중 총재는 내각제문제에 대해 철저히 듣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총재는 그러나 회담에서 내각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지를 예리하게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문제◁
김대통령은 김정일의 잦은 군 부대 방문 등을 들어 북한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더욱 증대되어 가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통령이 망명후 현재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황장엽 북한 노동당비서의 근황 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힐지가 주목된다.
김대중 총재는 남북관계가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할 예정이다. 특히 여권일각에서 「황장엽 리스트」가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필 총재는 남북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이용하려는 발상은 금물이란 점을 원칙론적으로 강조할 예정이다.<손태규·유승우·홍윤오 기자>손태규·유승우·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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