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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7명 “기적의 생존”/1층 빗물받이지붕에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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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7명 “기적의 생존”/1층 빗물받이지붕에 걸려

입력
1997.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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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피하다 6층 베란다서 20m 추락/생일잔치하다… 5세 여아만 중상30일 하오 발생한 중산아파트 화재현장에서는 일가족 7명이 지상 20m높이 6층 베란다에서 떨어지고도 대부분 경상을 입고 목숨을 건졌다. 불이 난 2동 401호보다 두 층 위인 602호의 한선길(66·경비용역)씨는 직장일 때문에 생일잔치를 앞당겨 치르려고 서울 대전 인천에 사는 2남1녀와 손주들을 불러 모아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TV를 보며 이야기하던 중 부인 이순임(60)씨가 현관문 밖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불길은 이미 현관문을 태우고 있었다. 거실, 작은 방으로 옮겨붙기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한씨와 차남 상혁(37·인천 남구 주안동)씨는 베란다로 나가 소방차를 향해 소리쳤지만 검은 연기와 불길이 구조요청을 막았다. 불길은 거실을 집어삼킬 듯 타들어가며 한씨 가족을 폭 1m도 안되는 베란다로 내몰았다. 난간이 부서지면서 외손자 박찬웅(17·숭실고 1년)군이 떨어지는 순간 무게를 견디지 못한 베란다가 기우뚱하며 나머지 6명도 추락했다.

한씨 가족은 빗물이 베란다에 떨어지지 않도록 설치한 1층 102호의 슬라브지붕이 완충작용을 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한씨는 발목 등에 찰과상만 입었고 부인과 딸 혜숙씨(41·은평구 신사동)씨는 골절상을 입었다. 장남 상철(39·충남 천안시)씨의 딸 현아(5)양만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이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다. 상철씨 부부는 유행성 독감에 걸린 아들 동희(7)군, 동생 상철씨의 부인과 두 조카딸을 데리고 병원에 간 덕분에 무사했다.

한씨는 『구사일생이라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3월30일은 그의 새로운 생일이다.<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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