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프랑코포니’ 초대의장 내정/“미 위주 국제질서 좌시 않겠다”/‘팍스 프랑스’ 연출 야무진 꿈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72) 전 유엔사무총장이 올해 11월에 창설되는 프랑스어권 연방 「라 프랑코포니」의 초대 의장으로 국제무대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은 지난주 「영연방」과 같이 프랑스의 전 식민국가로 구성될 49개국 4억5,000만명 인구의 「라 프랑코포니」의 초대의장을 맡아달라는 프랑스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라 프랑코포니」는 세계적으로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프랑스어와 문화 그리고 영향력을 재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번 제휴는 「유엔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독자노선을 고수하다 미국과 마찰을 빚어 연임에 실패한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과 앵글로색슨계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프랑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이다.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은 『현재 우리는 지구차원의 1당 국가와 같이 소수의 발언권을 무시하는 단일문화모델속에 살고 있다』며 미국위주의 국제질서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국가간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 「라 프랑코포니」의 의장을 맡을 경우 미국과 맞대결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프랑스로서도 정치·경제적 영향력의 급격한 쇠퇴를 방관만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라오스 등 아시아지역의 전 식민국가에서는 최근 프랑스어 사용자가 인구의 1%에도 미치지 않으며 아프리카지역에서도 10%미만에 불과하다.
또 프랑스어의 영어화 및 프랑스문화의 미국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사사건건 미국과 충돌을 빚는 가운데 프랑스 관리들은 미국이 프랑스의 아프리카 영향권에 침투하기 위해 자이르 반군들의 활동을 저지하지 않고 있다는 등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과 프랑스의 의욕적인 구상에도 불구하고 「라 프랑코포니」라는 공동체가 친선모임을 넘어 정치적 영향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지는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다. 프랑스 일각에서도 프랑스 여배우 줄리엣 비노시가 미국에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는 지구촌시대에 걸맞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최서용 기자>최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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