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의 상품화,그 ‘프로듀서’/우리음악 현대화·세계화 목표/지난해 주식회사 형태로 발족/음반·공연·인터넷 소개 등 박차서울 대학로에 있는 「난장」은 김덕수 사물놀이의 중심점이다. 물론 「사물놀이 한울림」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긴 하다.
93년에 발족한 비영리 사단법인 「한울림」은 악기 개발―교육―해외 공연 등 세 가지가 최대의 목표. 「문화적 거점」으로서 사물놀이의 상부 구조를 창출하고 유지하기 위함이다. 사물놀이가 국내외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자 더이상 사당패의 놀이로서만 소비될 수 없게 돼갔다. 여기저기서 제 편한대로 사물놀이를 썼다. 그래서 진짜 사물놀이는 갖가지 수요들을 통제하고, 새롭게 의미화 해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지난해 서울 혜화동에 「난장 커뮤니케이션」이 발족한 것은 그 때문. 주식회사지만 이윤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들의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상품의 형태로 전환시켜 일반을 설득시켜 나간다는 게 목표. 「한울림」이 제시한 이념을 사회적 재화 창출로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한울림」이 문화적 하부구조(infra) 구축에 목표를 두었다면, 「난장」은 그 실질적 프로듀서다. 음반, 사물을 중심으로 한 각종 공연, 멀티 미디어(인터넷) 등을 기획하는 브레인이다.
현실적 주력 분야는 음반. 지금까지 「사물놀이」의 이름으로 발매됐던 음반 18장은 판권이 발매 회사의 소유. 자기가 만든 음반에 대해 상업적 권리를 행사할 길이 근본적으로 차단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역전됐다. 「난장」이 저작권과 판권을 갖는다. 「난장―뉴 호라이즌」 「사물놀이 결정판」 등이 「난장」 레이블로 발매돼 관심을 끌었다. 앞으로 「김덕수 40주년 기념음반」 「지상에서 천국으로」 등의 음반이 출반될 예정.
음반 사업과 관련,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자체 녹음 스튜디오. 국내 최대 높이를 자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6.5m). 30평의 널찍한 공간, 음향 효과는 물론 시각 효과도 뛰어난 단풍나무 내벽 공사 등도 자랑거리다(설계-메타건축소장 이종호). 김광민 등 많은 뮤지션이 여기에서 녹음을 했다.
「난장」이 사물놀이의 현대화 작업에 힘쏟는 것은 결국 세계화에 목표를 두기 때문이다. 이는 「사물놀이가 한국에서는 아웃사이더들의 전통 음악이지만, 바깥에 나가면 처음으로 조우하는 음악과도 순간적으로 화합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김덕수씨 특유의 경험 덕택이었다. 실제로 사물놀이와 타장르를 혼합해 만들어 낸 음악은 해외 시장에서는 「참신한 상품」으로서 출반 제의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난장」 레이블의 음반 사업은 크게 세가지. 「순수 사물놀이」 「사물놀이의 현대적 변용」 「사물과는 무관한 현재 한국 젊은이의 정서」 등.
지금 「난장」측이 의욕적 프로젝트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중층적 매체공연(poly―media concert)」. 공연 현장을 시청각적으로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공연의 절정에 비 구름 바람 번개 등 사물이 상징하는 자연현상을 무대 스크린 위로 오버랩시켜, 격찬을 받았던 지난해 11월 인터넷 중계 「명인한마당」이 좋은 예. 사물놀이 중 시각적 효과로는 제일인 상모돌리기를 순간 재생해서 실제 공연과 미묘한 시차를 주는 방식 등도 연구되고 있다.
「두드리는 만큼 먹고 살던」 사당패의 후예는 지금 현대를 포용하느라 숨쉴 틈 없다. 「난장」의 끊임없는 사물놀이 확대 재생산 작업의 결과다. 그 가운데에, 정통성과 영감의 원천인 김덕수씨가 있다.<장병욱 기자>장병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