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체형맞게 설계 12세이하 치명적/앞좌석 동승 금물/불가피한 경우엔 의자 뒤로 밀어야교통사고로 에어백이 터지면서 어린이가 숨지는 사고가 잇달아 에어백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3일과 24일 광주와 전북 군산에서 일어난 두 사고는 모두 앞차를 들이받은 후 에어백이 터지면서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있던 어린이가 목뼈를 다쳐 일어난 사고였다. 운전자들이 가장 든든한 안전장치로 믿고 있는 에어백이 이처럼 흉기로 돌변한 것은 에어백의 팽창력 때문이다.
에어백은 차량에 가해지는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을 센서가 감지, 공기주머니를 부풀려 앞쪽으로 쏠리는 운전자와 옆자리 탑승자의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 에어백에 내장된 화약이 폭발, 고온고압의 질소가스가 팽창하면서 평균 시속 320㎞의 초고속으로 0.1초만에 부풀리기 때문에 어린이가 에어백에 얼굴을 맞아 목뼈를 다치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에어백은 충분히 부풀고 난 후에 사람 몸이 에어백에 닿아야 하는데 팽창하고 있는 도중에 부딪칠 경우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물론 에어백은 효과적인 안전장치이다. 미국에서만 85년 이후 에어백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의 수가 1,700명 이상으로 집계될 정도로 에어백은 운전자들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에어백은 어린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 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이 85∼92년에 일어난 교통사고 사망자의 사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 어린이 8명 중 최소 2명이 에어백이 머리에 가한 충격으로 숨졌다. 또 지난 한해동안 에어백 충격으로 숨진 26명 중 어린이가 22명, 어른 4명으로 어린이의 희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에어백은 체구가 작은 성인이나 노약자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으며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도 타박상, 찰과상, 안경파손 등의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에어백 사고를 막으려면 12세 이하의 어린이는 에어백이 장착된 앞자리에 태우지 말고 뒤에 앉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아용 안전의자를 뒤쪽으로 향하게 해서 운전석 옆자리에 앉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 역시 절대 금물이다. 에어백과의 거리가 가까워 에어백 폭발시 충격을 그대로 받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앞자리에 앉혀야할 경우에는 의자를 최대한 뒤로 밀어 거리를 유지하고 안전벨트를 채워야 한다.
또 에어백은 교통사고시 터지는 경우보다 터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에어백은 기본적으로 정면충돌시 앞으로 쏠리는 운전자의 가슴과 머리가 핸들에 부딪치는 것을 막기위한 장치이다. 때문에 뒤에서 추돌당할 경우에는 운전자의 몸이 뒤쪽으로 쏠리므로 에어백이 작동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또 측면 충돌이나 앞방향에서 비스듬하게 충돌할 때, 차량이 전복될 때도 마찬가지다. 버스·트럭과 충돌, 승용차의 범퍼가 버스·트럭의 밑으로 들어갈 때도 충격력이 센서에 전달되지 않아 에어백이 작동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자동차팀 김종훈 차장은 『많은 운전자들이 에어백을 최고의 안전장치로 믿고 있지만 최근의 두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어린이에게는 위험하고 또 정면충돌 외에는 잘 안터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과신해서는 안된다』면서 『수입품인 에어백을 국내 도로여건과 운전습관, 우리의 신체조건 등에 맞게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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