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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이왕주 교수 ‘소설속의 철학’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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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이왕주 교수 ‘소설속의 철학’ 발간

입력
1997.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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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이 쓴 소설평?새로운 글쓰기 주장과 실천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철학자 김영민 전주 한일대 교수와, 빼어난 입문서 「철학살이, 철학풀이」의 저자 이왕주 부산대 교수가 함께 지은 「소설 속의 철학」이 문학과 지성사가 내는 문고판 「문지스펙트럼」의 하나로 발간됐다.

철학 하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문학평론가들의 영역인 소설평처럼 여겨지는 글을 썼다는 것이 우선 주목되는데, 가장 대중적인 글쓰기 장르인 소설을 꼼꼼하게 읽고 그를 철학적으로 쉽게 풀이한 저자들의 시각이 새롭다.

책에 실린 글들은 「돈키호테」부터 「좀머씨 이야기」에 이르는 외국 문학작품들, 김동인 황순원 이문열 장정일 신경숙 등 우리 작가들의 소설 48편에 대한 독서의 산물이다. 당초 95년 봄부터 2년여 매주 부산일보에 두 사람이 교대로 장기 연재한 칼럼을 묶은 것이다.

두 사람의 글은 그 차이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다. 김교수의 글은 그야말로 분방하다. 장정일의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를 다룬 글에서 그는 『그의 실험적 글쓰기가 재즈 음악이라는 매개항을 통해서 희미하게나마 20세기 후반의 문화정신에 이어져 있다는 것은 기억해 둘 만하다. 이들은 모두 진리보다는 자유를, 관찰력과 지구력보다는 상상력과 순발력을,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을, 고정된 속보다는 변하는 겉을, 본질보다는 현상을, 인식보다는 느낌을 중시하는 시대 정신의 산물인 것이다』고 하면서 『정일아, 이런 점에서라도 우리는 재즈를 믿는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물음은 「재즈 속에서 살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쓰고 있다.

이교수는 작품이 담고있는 철학적 메시지들을 구체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려 하는 편이다. 최윤의 「하나코는 없다」를 다룬 글에서 그는 『계산기 두드리던 손 잠시 멈추어,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오늘밤에는 베네치아로 가자. 우리의 품위와 질서와 풍요를 위해 인과율의 공간에 그어둔 접근 금지선을 허물고 존재의 가장 내밀한 곳을 열어 하나코를 받아들이자』고 한다.

저자들은 『이것은 철학, 이것은 문학 식의 편가르기에서 벗어나 이 글들을 통해서 작품과 나란히, 그리고 작가와 나란히 서기 위해서 우리는 철학자들이 누려왔던 「메타」라는 공간을 잠시 겸허히 유예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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