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바다표범 수난시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바다표범 수난시대

입력
1997.03.31 00:00
0 0

대서양 연안의 캐나다 동부 퀘벡주 막달레나섬. 3월말인데도 섬 전체가 눈으로 뒤덮여 온통 하얗다. 그런데 곳곳이 시뻘겋게 피로 물들어 있다. 눈부신 햇빛을 뚫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바다표범들의 절규다.사냥꾼들은 스노 모빌을 타고 바다표범에 접근, 갈고리로 머리를 찍어 기절시킨 뒤 배로 끌어올려 때려 죽인다. 둔탁한 곤봉으로 때려 잡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훨씬 잔인하다. 완전히 죽지도 않았는데 입에서 꼬리까지 갈라 가죽을 벗기기도 한다. 눈망울 초롱초롱한 새끼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단 2∼3일 사이에 1만3,000여마리가 이런 식으로 죽어갔다.

캐나다는 이미 60년대에 동물보호단체들의 압력에 밀려 바다표범 사냥 쿼터를 정하고 허가증 소지자만 사냥할 수 있도록 했다. 사냥쿼터는 93년에 최저인 2만7,000마리로 줄었다. 그러나 올들어 캐나다정부가 쿼터를 27만5,000마리로 엄청나게 늘렸다. 이는 대서양 대구가 크게 줄어 생업을 잃다시피한 뉴펀들랜드섬 3만 어민들의 수입을 보전해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물론 명목은 바다표범이 대구를 다 잡아먹기 때문에 바다표범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보호운동가들은 이런 주장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난한다. 대구 감소의 유일한 원인은 무차별적인 남획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바다표범 배를 갈라 조사한 결과 약 100종류나 되는 다양한 먹이를 먹었고 그중 대구는 4%밖에 안된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해양생물학자 페트라 다이머(여)는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전에는 바다표범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지만 그 만큼 물고기도 많았다』며 『바다표범은 결코 물고기 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냥꾼들은 130㎏짜리 바다표범 한마리에 3만7,000원 정도를 받는다. 이중 절반이 국가보조금이다. 따로 떼낸 수컷 생식기는 하나에 1만6,000원을 쳐준다. 그러나 이를 말려 향료를 뿌리고 알코올에 절여 해구신으로 가공하면 홍콩에서 31만5,000원을 호가한다. 해구신은 정력제로 아시아권에서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는 오로지 이를 위해 바다표범을 도살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우려된다.<이광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