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를 거쳐 6·25전쟁을 겪으면서 내내 군인이었고 예편을 한 뒤에도 여전히 군인처럼 살고 있는 아버지는 평생 나라에서 주는 월급 외에는 가져온 적이 없는 분이다. 그래서 부하인 위관급들이 연탄을 쌓아놓고 땔 때 영관급 부대장의 아내인 어머니는 뒷산에 나무를 하러 다녀야 했다.아버지는 또한 공사를 지나치게 분별하는 분이라, 어머니는 평생 한번도 군대 지프를 타 본 적이 없다. 어린 아이를 들쳐업고 시오리길을 걸어 장에 다녀올 때 지프를 타고 지나치는 남편을 만나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고 한다. 지프는 나라에서 군인들 타라고 준 차이기 때문에 민간인을 태울 수가 없다는 것이 아버지의 흔들림 없는 상식이었다.
그러한 아버지의 기본상식 때문에 고생을 해야 했던 가족중에 나도 끼어 있었다. 때문에 융통성없는 아버지를 원망했던 시절도 있다. 아버지는 공공연하게 『바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말하곤 했는데, 어린 마음에 그 말씀을 존경하기 보다는 『아니, 당신 혼자 편하자고 이럴 수가』하면서 더욱 마음 상해하곤 했다.
살아오면서 아버지의 말씀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른 일을 하는 것이 결코 더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겪게 되면서다. 바르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행동을 하다보면 사람들은 멍청하다거나 건방지다거나 아니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판단해 버렸다. 그러나 그보다 어려운 것은 무엇이 바른 것인지, 그걸 모르겠다는 점이다.
요즘 한창 여론의 주인공이 되어있는 대통령의 아들은 나하고 같은 또래이다. 성장배경이야 달랐겠지만 어쨌든 비슷한 시대를 비슷한 것을 보고 느끼며 자라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겪어왔던 혼란도 비슷할 것이다. 무엇이 바른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주워듣는 데이터들이 얼마나 뒤죽박죽인지. 정도 보다는 편법을 쓰는 자들이 앞서 성공하고,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이들이 열에 여덟을 차지하는 세상. 게다가 우리 나이란 것이 얼마나 풍선같은 자기과신에 차 있고, 얼마나 아첨에 무너지기 쉬운 삼풍백화점 같은 나이인가.
언젠가 아버지께 여쭈었다. 『무엇이 바른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아버지는 간단하게 대답하셨다. 『마음이 편한 게 바른 거야』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말씀은 잔머리 굴리지 말고 살라는 뜻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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